제목 그대로 올해부터 회사 라운지에 스낵바가 설치되었다.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시작된 스낵바는 총 5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선반에 과자(40%), 라면(30%), 에너지바&견과류(30%) 비율로 월 3회를 주기로 새롭게 채워지고 있다.
"피곤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맛있는 거 드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라는 총무팀의 다정한 메일이 나의 메일함에도 무사히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말이다.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 간식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수도 있다. 근데 음, 나에게는 사실 간식이라는 개념이 없다. 디저트 문화도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과자'라는 것을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내가 먹지 않는 음식들이 꽤나 많고 그 중심에는 밀가루가 있다. 밀가루를 먹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디저트류는 밀가루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글루텐프리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나는 군것질 문화에서 이탈한 지 오래라 이제는 사실 간식에 대한 욕구마저 상실한 상태다.
그래서 이런 나에게 스낵바의 존재는 사실 좀 불편하다. 왜 불편한가 싶을 수도 있다. 그냥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근데 그런 게 있다. 어딜가나 권하는 사람들. 내가 간식을 먹지 않는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간식이 제공되는 날이면 우르르 라운지로 향하는 발걸음과 대조적으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의아했나보다.
굳이 꼭 물어보고, 같이 가자고 하고, 심지어는 가져다 주시기까지 한다. 나는 정말이지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다. 이걸 배려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물론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한두 번 권하실 수는 있다. 근데 싫다고 말하면 '아, 쟤는 싫구나'가 잘 안 되는 분들이 많다. 유독 음식에서 만큼은 말이다. 다들 어찌나 식문화 자부심들이 강하신지.
이를테면,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 매일 아침을 먹으라고 하면 그건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냥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니까. 간식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냥 간식을 먹지 않는 사람인 건데, 내가 이 말을 하면 이해를 잘 못 받는다. 항상 사람들은 "왜?"로 시작해 자신의 여러 의견(이라 쓰고 간섭이라 읽는)들을 늘어놓고 간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고, 그중 디저트라 함은... (주절주절)
나는 그냥 디저트에 딱히 흥미가 없는 사람이다. 욕구가 없다고 해야 할까. 대신 책은 엄청 좋아한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호불호의 문제니까. 취향 같은 것 말이다. 내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반드시 좋을 리는 없을 테니 섣불리 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유독 먹는 것에서 만큼은 다들 간섭이 심하다. 이 음식은 어떻게 먹어야 맛있다느니, 뭐랑 같이 먹어야 맛있다느니 하는 각종 오지랖들에 나는 조금 질려버렸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편하다. 우선 나는 매일 새벽 5시 전에 기상하는 새벽형 인간이다.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늘 달려있다.
주변에서 종종 대단하다는 말씀도 해주시는데 나한테는 사실 그게 그냥 습관이라 대단할 게 없다. 우리가 누군가가 밥을 먹는다고 해서 "우와, 너는 밥을 먹는구나!"라고 칭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일찍 눈이 떠지는 사람이고,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들지 않으니까 그냥 일찍 일어나는 것뿐인 거다.
근데 그런 내가 만약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사람들에게 하루를 그렇게 늦게(내 기준에서는) 시작하면 안 된다는 내 사설을 달기 시작하면 얼마나 싫겠느냔 말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다"라고 말하는 김지선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오지랖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할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은 그냥 7시에 일어나는 사람이고, 그게 잘못이 아닌 거니까. 그 사람은 그게 좋은 거고, 나는 새벽에 일어나는 게 좋은 것뿐이니 말이다.
식취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먹는 것에 의미를 잘 담는다. 정이라고도 말한다. 오죽하면 밥심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겠느냔 말이다. "언제 밥 한 번 같이 하자"는 말은 거의 안부 인사처럼 오고 가곤 한다. 참 어렵다. 나처럼 음식 욕구가 미미한 사람에게는 특히.
물론 나도 맛있는 음식 좋아한다. 근데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식들을 내가 싫어하는 경우가 좀 많다. 예를 들자면 치킨. 나는 치킨을 먹지 않은 지가 정말 오래됐다. 사실 그 맛이 기억나지도 않는다. 근데 딱히 결핍이 없다. 치느님이라는 말도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다. 그냥 취향이라는 게(사실 떡볶이도, 라면도, 과자도, 피자도, 아이스크림 등도 먹지 않은지 정말 오래됐다) 딱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의 내 결론은 나는 디저트를 먹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런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이이다. 권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럴 수 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근데 알면 그만해야 하는 거다. "너가 아직 이 맛을 몰라서 그래"라고 오지랖 부리는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저는 평생 그 맛을 알 필요도 알고 싶은 욕구도 없어요"라고. 스낵바가 생긴 뒤로 유독 더 권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애초에 없었으면 이렇게 권하는 분들도 조금 덜했을 텐데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달갑지 않은 복지인 것이다(차라리 돈을 주세요).
굳이 나의 취향을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으니 말이다. 싫다고 계속 말해도 자꾸 "왜?"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이제는 정말 지겹다 못해 지쳐간다. 머리 위에 공지라도 하나 띄우고 싶은 심정이다.
"내게 간식을 주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