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특례시가 언덕(사면) 정비공사를 하면서 보호수로 지정된 푸조나무(수령 550년)의 뿌리에 상처를 내고, 공사 이전에는 창원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수령 250년 추정)를 베어낸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현장은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소재 가음정공원에 있다. 창원시 성산구청은 바로 옆에 교회와 붙어 있는 공원 언덕에 예산 1억 2000여만 원을 들여 6월부터 7월 말까지 흙깍기와 흙쌓기, 되메우기, U형 수로관 설치, 돌(전석)쌓기, 돌망태(게비온) 설치, 보도블록 재설치 등 공사를 벌이고 있다.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언덕에는 창원시가 2005년에 보호수로 지정한 푸조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푸조나무는 도시화가 되기 전 마을 수호신으로 섬김을 받아왔고, 마을에 홍수가 들거나 큰 흉사가 일어나기 전이면 나무에서 '우~~' 하는 특이한 소리를 내어 미리 방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푸조나무는 수고 30m, 가슴높이 둘레 6.4m의 큰 나무다. 이전에 도시 개발 과정에서 교회 건물이 들어서면서 나무 주변이 깎여나가 뿌리가 손상되고 가지 생장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당시 이 일대가 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푸조나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공사로 푸조나무의 뿌리가 훼손됐다. 겉으로 드러난 굵은 뿌리 부분이 중장비에 의해 여러 군데 상처가 났다.
푸조나무 바로 옆에는 수령 200~250년 추정되는 감나무가 베어나간 흔적이 있다. 이 감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창원에 있는 감나무 가운데 수령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음정동 일대가 도시화 이전에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푸조나무와 감나무가 나란히 자라고 있었다. 창원시 푸른도시사업소는 지난 3월 보호수인 푸조나무 보호를 위한다며 감나무를 베어 냈다.
"창원에서 오래된 감나무인지 몰랐다"-"꼭 필요한 공사였나"
푸조나무 뿌리 상처와 감나무 제거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경전문가인 박정기 활동가(노거수를찾는사람들)는 "공사를 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나무의 뿌리에 상처를 입혔고, 상처보호제 처리도 하지 않았다"며 "보호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조나무 위쪽에 보면 집수정이 있고 수로가 있어 웃물이 그곳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꼭 필요한 공사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베어낸 감나무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지역의 경우 수령 200년이 되지 않는 감나무인데도 보호수로 지정된 사례가 있다"며 "가음정공원에 있던 감나무는 보호수 지정의 가치가 충분했다. 보호수가 아니라고 해서 베어냈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고, 감나무는 이식하면 다른 나무보다 잘 사는데 옮겨 심는 방법도 생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래전 푸조나무와 감나무 사진을 찍어 놓기도 했던 강창원 활동가(노거수를 찾는 사람들)는 "창원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였다. 바로 옆에 푸조나무가 있어 관심을 덜 받았지만 독립적으로 있었다면 충분히 보호수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나무다"라며 "잘 자라고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베어졌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창원시 성산구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면 토사가 흘러내려 위험하다는 민원이 계속 제기되었고, 보호수 보호를 위해 돌망태 설치하고 돌쌓기 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해당 부지는 시유지로 시예산을 들여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처를 입은 나무뿌리는 보호제를 발라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감나무 관련해 푸른도시사업소 관계자는 "수령이 200년 정도인 줄은 알았지만 창원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인 줄은 몰랐다. 지난 3월에 작업을 했고 보호수의 수관 범위 안에 있어 베어냈다"며 "큰 나무를 이식하려면 뿌리를 많이 파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옮길 경우 고사 위험에다 이식 장소도 마땅하지 않아 베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활동가는 2022년 6월에 펴낸 책 <창원에 계신 나무 어르신>에서 이 감나무를 소개하면서 "가슴높이 둘레 180cm 감나무는 매우 드물다. 가슴높이 둘레 165cm인 거제 학동리 감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니 가음정동 감나무를 보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감나무는 생물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가치가 높다. 기성세대는 오래된 감나무를 보기만 해도 고향의 향수가 샘솟고 미래세대에는 훌륭한 자연학습 소재가 된다. 소나무와 유실수는 햇빛이 보약이다"라며 "일조량이 부족한 감나무 노거수를 그냥 두는 것은 부작위가 아니라 죽어가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작위 아닌가. 다행히 감나무 바로 위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니 미리 뿌리 돌림을 한 다음 창원수목원으로 옮겨 심으면 두고 두고 시민들의 보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