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이별을 하고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눈물이 나고 더 잘해드리지 못했던 것만 생각이 나서 더 힘들었습니다.
25년 인생을 살면서 적지 않은 이별을 해왔지만 너무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은 처음이었기에 더 아쉬움이 남고 쉽게 일상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집 앞엔 푸른 나무와 예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이렇게 보내는 게 안타까우셨나봐요. 위로의 말과 함께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러던 중 작은아버지께서 매일 걷기 운동을 해보는 게 어떠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서울 혹은 수도권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 집에서 한두 시간 거리의 직장을 매일 오갈 것이고 이는 곧 체력이 준비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걷기를 하며 본인의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평상시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저는 그 제안이 달갑지 않았고 그저 잔소리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을 잘 아시는 분이시었기에 '매일 10km씩 걷는 걸 50일 성공하면 작은아빠가 너에게 용돈을 주마. 50일 중 90%만 채우면 100만 원 100%를 채우면 그 이상을 줄게'라고요. 4학년 막학기를 지내던 저에게 이 제안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작은아빠는 제가 무리해서 다치지 않도록 일주일의 시간을 주셨고 저는 그 다음날부터 걷기를 시작해 3km, 6km, 9km 그리고 마침내 10km씩 걸을 수 있도록 늘려갔습니다. 약속한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저는 처음으로 한번에 10km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집 주변에 있는 장자호수생태공원 주변의 산책로를 크게 한 바퀴 돌면 3km.
세 바퀴를 돌면 9km이고 집에서 왔다갔다하는 거리까지 하면 딱 10km였습니다.
첫날 공원을 돌 땐 우리 집 주변에 이런 공원이 있구나 생각을 했고, 두 번째 날에는 다리가 너무 아파 잡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날에는 종아리와 무릎, 발목에 파스와 테이핑을 하고 걸으며 둘째날보다 심해진 고통에 괴로웠습니다.
어차피 성공 못할 것을 알기에 작은아빠가 이런 제안을 하신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한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 제 자신이 후회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고통 속에서 일주일이 지나고 제 몸의 변화를 느낀건 둘째주부터였습니다.
자기 전에 파스를 붙이지 않아도 무릎과 발목이 아프지 않았고 세 바퀴를 전부 다 돌아도 발바닥의 고통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운동할 맛이 나는구나, 운동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제 인생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런 여유가 마냥 좋진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운동을 하다가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취업 걱정에 산책하는 두 시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제가 만약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쉬다가 위와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다면 저는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이러한 생각들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10km를 어떻게든 채워야하고, 운동을 하며 핸드폰을 보거나 그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결국 제가 가진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25년 인생에서 처음이었습니다.
남들은 25살이나 됐는데도 혼자 고민해결도 못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그저 회피하려고만 했냐고 저를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주변에 있는 좋은 분들 덕분에 어쩌면 남들보다 더 쉽고 편하게 인생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걷기'라는 새로운 취미 덕분에 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이상 회피하지 않는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 감정에 더 솔직해져서 슬프고 힘든 감정일지라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걷기를 통해 여러분은 어떤 교훈을 얻으실지 모르겠지만 힘들더라도 목표를 지정하고 그것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받지 못한 가르침을 얻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