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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사적인 여행' 책표지
'아주 사적인 여행' 책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여행을 테마로 하는 에세이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쏟아지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도 있고, 여행 관련 팁들을 포함해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도 있다. 양주안 작가가 자신의 첫 책으로 <아주 사적인 여행>을 쓰기로 작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의 여행기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호기심과 더불어 무수한 질문을 안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작가가 여행을 시작한 아주 사적인 이유, 관찰자로서의 시선, 여행 후의 다짐, 3개의 챕터로 구분해서 서술되고 있다. ARTTRAVEL(아트트래블) 소속 에디터로 활동했던 경력과 창작집단 UNLOOK(언룩)에서 활동 중인 작가의 이력이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뿌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주 사적인 이유

우리가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각자의 삶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고통을 잊고 싶어서,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기억하고 싶어서, 혹은 잊고 싶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싶어서, 어쩌면 무언가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 어떤 이유라 할지라도 결코 가볍지는 않다. 작가는 '여행은 미움이 없는 곳으로,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다.(27쪽)'라고 말한다. 공항에, 터미널에, 플랫폼에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 믿음에 한껏 기대어 보곤 한다. 희망은 오롯이 꿈꾸는 자의 것이니까.

작가는 '여행이 나약함의 선언, 나를 지키려 투쟁하다 백기를 들고 도망쳐버리는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사람이고 싶다(40쪽)'고 고백한다. 작가가 끝끝내 도달하고 싶은 여행의 종착지는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또한 작가는 '할 수 있는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더 많고,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이 먼저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겠지만,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41쪽)'라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고단함을 솔직하게 밝힌다.

견디고 또 견뎌낸 후에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거겠지만, 돌아갈 곳이 없어 뒷걸음질 치다 결국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일을 여행에 비유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는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나서 더는 갈 곳이 없을 때, 도시 밖으로 눈을 돌렸다.여행은 돌아갈 길 없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일이었다.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이곳보다 차라리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 아래의 저곳이 더 나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다이빙인 셈이다.(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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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관찰

'여행'이란 유명한 장소를 섭렵하고 음식에 탐닉할 수 있는 것 외에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관찰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사랑'이라는 디폴트 값이 늘 존재한다는 사실이, 작가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사이사이에서 발견된다.

심지어 '사랑은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름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며, 때로는 치명적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숱한 사랑의 모양을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71쪽)'라고 사랑의 다양성을 직접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이유를 찾아내려 하기 보다,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깊이 사랑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말한다. 여행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메시지가 행간에서 뚜렷하게 읽힌다.

사랑한다는 건 소중함을 안다는 것이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와도 연결된다. 작가는 소중한 것들을 발견해 내기 위해 관찰자로서의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아주 사적인 다짐

깨닫고 다짐하고 실천하고 또다시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 30대 중반을 통과하고 있는 작가는, 남은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하루하루 상처를 안고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응원의 목소리로서 이 챕터를 헌사한 듯 보인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이 큰 위로가 된다. 포기란 그저 무기력하게 놓아 버리는 건 줄 알았다. 포기하면 패배자가 되는 거라고 섣불리 판단했다.

죽은 것과 죽지 않은 것, 실패와 성공, 통과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옅은 쪽에 서 있다면 당연히 고개를 숙여야 하는 줄만 알았다. 어쩌면 그 경계가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르는데 극단적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숱한 오역과 오해 속에 살았다.

우리 삶에서 늘 거창한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를 닮았다. 나를 살게 하는 건 꿈이 아니라 밥이다. 몸 누일 방 한 칸이다. 사랑을 나눌 영화관이다.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다. 노을이 지는 바다다. 나무가 무성한 숲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꾸역꾸역 살아가는 친구다. 가족이다. 꿈은 그다음이다. 살아남은 사람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갖는 것이다. 살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 꿈은 없다.(208쪽)'라고 일상의 언어로 툭 던진 이 문장들이 오히려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처럼 사소한 하루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다 보면 그게 의미가 될 수 있다.

최지인 시인은 추천사에서 '조그만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작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하자는 작은 다짐들이 모이면 제법 괜찮은 다짐으로 점철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독자들은 이 책이 가진 특별한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여행의 '장소'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여행기를 써 내려갔다는 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내밀한 대화, 그들과 주고받은 눈빛과 체온이 이 책의 맥락을 만들었다. 작가는 삶에 대한 대한 고찰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경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양주안 작가가 앞으로 써 내려갈 또 다른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가 구글맵으로도 찾을 수 없는 작은 오솔길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아 미처 들려 주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무수한 질문을 담아 세상에 던져 주었으면 좋겠다.

진작 나왔어야 할 책이 너무 늦게 나왔음을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진심으로 축하하고 작가로서의 삶을 응원하면서 읽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써 내려간 <아주 사적인 여행>에 담은 그의 서사는, 독자들을 양주안의 정원으로 초대하는 초청장이면서 양주안식 러브레터라고 느꼈다.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건 백 년 뒤에는 호명되지 않을 이들의 기억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을 내는 일이다. 누군가 읽지 않고 오르지 않으면 금세 숲이 되어 사람이 더는 지나지 않을 길을 내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역사, 당신의 역사, 언젠가 묻혀버릴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세상에 던져놓는 일이다.(257쪽)

한글이 보이는 노래를 부르는 음악인(이승윤), 슬픈 마음이 안 슬픈 마음이 될 때까지 슬퍼하는 시인(최지인)이 이 책에 보내는 애정과 신뢰는, 문장 안에 사람에 대한 존중을 담아내는 작가(양주안)가 세상에 진 빚들을 찬란한 빛이 되어 돌아오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마음이 모여 한 권의 책이 완성된 것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낸다. 깊고 어두운 터널을 스스로 통과해 나올 때까지 터널 끝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따뜻한 우정에 경의를 표한다.

아주 사적인 여행 -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양주안 (지은이), 알에이치코리아(RHK)(2023)


#아주사적인여행#양주안#자기만의여행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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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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