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의 한 시골마을이 골프장이 포함된 관광단지 조성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지난 달 24일 A업체는 청양읍 온직3리에서 "지역소멸 고위험 지역인 청양에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청양군 남양면 일원 65만 평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숙박시설 등이 포함된 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직3리에는 42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 주민들은 서부내륙고속도로(평택-익산) 건설 공사 이후 각종 '개발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21년 온직리 마을 한가운데로 서부내륙고속도가 건설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공사소음과 먼지 피해를 입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8월에는 부여와 청양에 내린 폭우로 온직리를 포함한 남양면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때도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인 온직리의 피해가 특히 컸다. 마을의 뒷산이 깎이고 빗물이 마을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논과 밭뿐 아니라 민가까지 침수 피해를 당한 것이다.
지난 18일 기자는 청양군 온직리를 찾았다.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온직리 일대는 여전히 지난해 발생한 홍수 피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집중호우로 파괴된 마을 앞 도로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노승일 온직3리 이장은 "1년 전쯤부터 마을에 골프장이 포함된 관광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속도로 공사로 마을이 공사판으로 변했다. 지난해에는 수해까지 입어서 피해가 컸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시 관광단지라는 명분으로 난개발이 이루어지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 회관과 민가를 제외하고 마을 대부분의 산지가 관광단지에 포함된다. 관광단지가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온직리 주민들은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의미로 업체의 주민 설명회를 보이콧했다"고 했다.
"꿀벌에 치명적인 농약, 방역차도 못온다"
실제로 온직3리 주민들은 마을에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양봉농가들에게는 농약을 사용하는 골프장은 치명적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온직리에는 총 7가구의 양봉농가가 있다. 온직3리에는 2개의 양봉농가가 있다. 온직리 주민 B씨는 지난 2014년도에 온직리로 귀농해 양봉업을 하고 있다. A씨는 "10년 전 도시 생활을 접고 오로지 자연과 환경 하나만 보고 온직리로 귀농했다. 양봉업을 하고 있다. 만약에 관광단지가 들어서고 골프장이 건설되면 농약 때문에 벌들이 모두 죽을 수 있다. 우리 집뿐 아니라 꿀벌 농가들은 대부분 여름에 (모기) 방역차조차도 집 앞으로 오지 못하게 한다. 그만큼 꿀벌에게 농약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꿀벌에게 친환경적인 농약은 없다"라고 우려했다.
마을 주민 C씨도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매주 주말마다 온직리로 와서 농사를 짓고 터를 닦고 있다. 퇴직 후에는 온직리로 귀농할 예정이다. 하지만 골프장이 건설된다는 소식 때문에 농사가 좀처럼 손에 잘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D씨는 "지난해 집중호우 때 피해를 입고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사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골프장을 건설한다고 한다. 수해를 피해 높은 곳으로 이사왔는데 이제는 집 옆에 관광단지가 들어선다고 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귀농인들뿐 아니라 귀촌인들에게도 관광단지 개발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윤갑종 온직3리 노인회장은 "공기가 맑고 깨끗한 것이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조용히 살려고 마을로 귀촌했는데 골프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화가 난다. 내 나이가 칠십이 넘었는데 또다시 타지로 이사해서 정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골프장 건설을 결사반대할 것이다"라고 했다.
청양군에 따르면 남양면 일대의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공식적인 행정절차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청양군청 관계자는 "업체 측에서 얼마 전 포괄적인 사업 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공식적인 (행정)절차는 아니다. 청양군에 들어온 관광단지 사업 관련 서류는 아직 없다. 공식적인 절차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업(관광단지 개발사업)의 최종 승인권은 청양군이 아닌 충남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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