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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캐나다·미국산 체리만 먹어 보셨다고요? 이거 섭섭한데요.'

이제 수입산 체리 대신 '함양산 체리'를 맛보는 건 어떨까. 경상남도 함양에는 국내 체리 생산 농가의 성지인 가재골체리원이 있다. 함양산 체리 브랜드화를 꿈꾸는 박대진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연간 7000~8000여 명이 견학을 올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재골체리원 박대진 대표는 19년째 체리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함양읍 죽림리에 위치한 부모님의 농원이 관광농원지정을 받자, 농원을 운영하기 위해 귀향했다. 현재 3000평 가량 면적에 시설 3개동과 노지 1500평에 체리를 재배한다. 함께 운영하는 체험장에는 연간 500여명이 방문한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도 체리농사를 일찍 시작한 편이다. 독학으로 체리농사를 배운 그는 수입산에 비해 낮은 품질을 극복하기 위해 400여 품종을 모아 테스트를 했다.

꾸준한 연구 끝에 노지 농장에서 100여 품종을 재배해 보고 최종적으로 8개 품종으로 압축했다.

"함양 환경에 맞고 판매방식에 따라 경도가 높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어 유통에 맞는 품종 6종을 선택하고, 체험을 위해 별도 품종 2개를 추가 했어요."
 
단위면적당 수확양 많은 체리... "사과보다 2배 이상 수익 높아"

그는 20여 년간 데이터를 수집, 지금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데이터를 보낸다. 22개 지자체 기술센터 연구사들이 매년 이곳으로 견학을 오고 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그에게 러브콜을 보낼 정도다.

체리는 14~24도, 습도 60프로 이하에서 자라는 작목으로 우리나라 환경에는 맞지 않다.

"우리나라는 습도 80프로 이상, 5월이 넘으면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요. 때문에 체리는 시설로 환경을 극복해야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요. 전국에 1500여 농가를 컨설팅 하는데 시설농가가 0.1%가 안 돼요. 비용이 만만찮으니 알면서도 시도하지 못하는 농가가 많죠."
 
이런 현실 때문에 체리 농사는 지자체 지원 없이는 활성화가 어렵다. 1000평 기준 2억여 원 이상 시설비가 필요하지만 함양은 작목 면적이 넓은 사과, 떫은감에 예산지원이 편중돼 있어 체리 외 과수농가는 그 혜택이 적다.

"체리는 강소농이에요. 단위면적당 수확양이 많아 적은 면적에서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죠. 시설재배 가정 하에 사과보다 면적당 2~3배가량 수익이 높아요."

그는 원예와 과수가 분리돼 지자체 지원에 걸림돌을 겪고 있는 함양과 달리, 이를 극복한 지자체 중에는 10년을 늦게 시작했지만 현재 함양보다 체리 농사를 더욱 활성화 시켜 놓은 곳도 있다고 했다.

"진안, 곡성 등이 앞서 나가죠. 저에겐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자료가 있고 함양의 40여 체리 농가를 모으면 함양브랜드를 만들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선 시설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어야 해요."
 
박 대표는 4~6월 중에 체리 수확을 끝낸다. 내년에는 5월 초까지 수확을 앞당길 계획이다. 수확시기가 빨라질수록 평균단가는 두 배로 올라 수익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매년 수익을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박 대표는 "앞으로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 길을 가고 있다"며 "이제 농사는 자연환경을 극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