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와 B씨는 각자가 진정·고소한 사건의 기록을 보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과 검찰청은 이들의 정당한 정보공개청구에도 해당 기록을 비공개 처분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노동청과 검찰청이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한 건데요. 기존에도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수사기록을 대부분 비공개 결정해왔습니다. 수사기록에 집착하는 수사기관과, 이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에 대해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유한) 예율,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가 비평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 김정중(재판장), 황지애, 최태진 판사 2023. 3. 17 선고. 2022구합61069
수사기록에 대한 집착
우리나라가 법에 의하여 지배되는 국가인가?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자랑스럽게도 '그렇다'라고 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하는 행동 중 일부는 예외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명백하게 수사기관이 위법한 행위를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영역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또는 정보공개신청을 한 경우 보이는 수사기관의 태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사기관은 권리자의 정당한 정보공개신청에 대하여 대부분 비공개결정을 하지만, 이는 대부분 위법한 결정이다.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타임라인을 거치게 된다.
① 권리자의 정보공개청구, ② 수사기관의 비공개결정, ③ 권리자의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제기(행정소송), ④ 법원의 원고청구 인용 판결, ⑤ 수사기관의 공개
즉, 수사기관은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대부분 비공개결정을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수사기관이 거의 대부분 패소한다. 그리고 이를 수사기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워낙 많이 패소해 봤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수사기관은 계속하여 비공개하는 것인가?
아래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분석하면서, 수사기관의 비합리적인 태도를 상세하게 밝혀보겠다.
서울행정법원 2022구합61069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사건
사실관계
원고1은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에 회사를 상대로 한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법위반이 없음을 이유로 사건종결처분이 내려졌다. 원고2는 A, B, C를 사기죄로 고소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피의자들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원고1과 2는 각각 진정사건과 고소사건의 기록 일체에 대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각 원고가 제출하거나 진술한 내용을 담은 서류 외에는 모두 비공개한다고 결정하였다.
원고들은 피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이하 '강남지청장'이라 약칭함),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이하 '검사장'이라 약칭함)을 상대방으로 하여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결
(1) 피고 강남지청장에 대한 판결
피고 강남지청장은 원고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 제7호를 근거로 비공개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 강남지청장은 이 사건 소송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사유를 추가하였다.
법원은 본안 판단에 앞서, 대법원 2004두4482 판결을 근거로, 피고 강남지청장이 소송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를 추가한 것은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를 달리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 강남지청장의 비공개처분 이유 중 하나인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대하여는, 대법원 2010두7048 판결을 근거로, 해당 정보가 "수사방법이나 수사절차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통상적으로 알려진 수사의 방법이나 절차"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 강남지청장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정보를 비공개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피고 강남지청장의 비공개처분 이유 중 하나인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법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대법원 2012두12303 판결을 근거로, 진정사건 기록에 첨부된 법인에 대한 정보는 모두 공개를 전제로 작성된 것이므로, 피고 강남지청장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를 근거로 정보를 비공개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피고 검사장에 대한 판결
피고 검사장의 비공개처분 이유인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법원은 대법원 2011두2361, 2009두12785 판결을 근거로, 개인식별정보에 대해서는 비공개가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개인식별정보 외에는 피의자들이 자신의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의자신문조서이거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출한 자료,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지휘를 건의하며 그에 대한 지휘를 받은 서류, 검사가 작성한 항고에 대한 의견서와 항고인의 의견이 담긴 청취서에 불과하므로, '공개로 인하여 관계자들의 생명, 신체, 재산에 현저한 지장이 생긴다거나 인격적, 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해당 정보의 공개로 달성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구제 이익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 검사장의 비공개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왜 수사기관은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는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소인 또는 피의자가 불기소처분으로 종결된 사건에 대하여 수사기록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수시기관은 매우 높은 확률로 비공개결정을 한다. 그리고 청구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수사기관이 대부분 패소하게 된다. 수사기관도 이런 소송을 수없이 당해봐서, 자신들이 패소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몇 년 전 검찰에 대하여 수사기록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사건에서, 재판장은 피고 검찰의 소송대리인에게 "이거 맨날 지는 소송인데 검찰은 왜 항상 이렇게 하는 건가요?"라고 물은 적도 있다. 또한 수사기관은 패소 후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해서, 결국 국고의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아마도 수사기관은 자신들이 정보를 쥐고 있는 것을 권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면 정보공개청구인이 수사기록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비공개처분을 하면, 청구인은 그 정보를 얻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또한 1심 종료 시까지 최소 10개월 정도 되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아마도 수사기관은 이를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며,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할 사람 중 행정소송까지 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수사기관이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는 것, 이것은 기존 판례들에 비추어 위법함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왜 매번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는가?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는 검사님들, 한번 대답해보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블로그와 인터넷언론 슬로우뉴스에도 중복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