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6735장에 달하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자료를 처음 받아든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의 소감은 단 한 마디. "황당했다"였다.
지난 6월 23일 자료를 받아 확인해 보니,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 4개월치가 단 한 장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2017년 1월~5월 사이의 자료가 없었다. <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3년 5개월의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얻어낸 자료였다. 기간만 해도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2년 9개월치다. 그런데 유독 특정 시기에 '빈 곳'이 있었던 것이다.
기밀을 요구하는 수사에 쓰이도록 정해져있는 특수활동비의 '증빙자료 공백' 기간 동안 74억 원이 사용됐을 거라는 게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이 공개한 2017년 전체 특활비 집행액은 160억 원. 증빙자료가 남아있는 8개월간의 총액이 86억 원 가량이라고 했다. 160억 원에서 86억 원을 뺀 금액이 74억 원이다.
"심지어 국정원도 특활비 증빙자료를 남겨요. 민간 기업에서 돈을 썼는데 74억 원 영수증이 없다고 하면 대표가 횡령한 걸로 봅니다. 하물며 공금인데, 말이 안 되죠."
하 변호사는 "증빙은 있었지만 폐기됐다고 본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불법폐기다.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으로 불려요. 실무자 선에서 자료를 폐기할 수 없죠. 불법폐기 범죄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자료가 없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벌어진 시점(2017년 4월)과 맞물린다. '돈 봉투 만찬'은 당시 이 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법무부 소속 검사와 특수본 소속 검사에게 100만 원 상당의 돈 봉투를 건넨 사건을 말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2017년 5월부터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7월부터 검찰총장)인 2017년 6월~7월에도 특활비 지출 증빙자료 가운데 영수증(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수령증)이 누락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7년 9월 경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하였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했다. "돈 봉투 사건(2017년 4월) 이전부터 법무부 특활비 지침이 있었고, 지침에 따르면 수령자가 영수증을 남기게 돼있다"는 것이다.
특활비 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이 빈칸이었다고 한다. 업무추진비의 경우, 전체 535건의 영수증 가운데 61%가 정보값이 전혀 없는 '판독 불가' 상태로 공개됐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은 "오래전 영수증이라 잉크가 휘발됐다"라고 설명했다고 하지만, 판독 가능한 상태의 영수증에도 온전히 정보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소송에서 대법원은 업무추진비 공개와 관련해 '행사 참석자 이름, 직책 등 개인정보'만 비공개 정보로 분류했고, '집행일자·금액·장소 등이 담긴 집행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안 보이는 것 중) 대검 것도 있지만 중앙지검 업무추진비가 더 많습니다. 윤석열 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은폐하려고 하는 게 아니면 (판독 불가 및 삭제는) 이해가 안 되죠. 그래서 검찰 측에 원본과 우리에게 준 자료를 대조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하 변호사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감추려는 걸 보면 사용 내역에도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겁니다. 국민 세금을 쓴 일이이에요.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집단 내에서 범죄 행위나 조직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상규명을 해야죠. 이건 검찰 조직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조직을 통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대통령 본인도 특활비를 많이 썼죠. 그러니 조직의 문제이지만 개인 윤석열과도 무관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편, <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검찰 특활비 분석 결과 발표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일 오후 1시 30분 충무로 <뉴스타파>에서 진행한다.
다음은 지난 4일 진행한 하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 증빙자료 불법 폐기 범죄 개연성 높다"
- 특활비 74억 원 증빙 자료 증발, 74억 원은 어떻게 추산했나.
"검찰이 특활비 연도별 총액을 공개했다. 2017년엔 160억 원이다. 이 중 증빙 있는 금액(86억)을 제외하면 74억 원이 남는다. 대검찰청 기준으로 74억 원인데, 이 가운데 중앙지검으로 간 금액이 있을 거다. 그러나 중앙지검으로 얼마가 갔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인 2017년 6월과 7월에는 특활비 영수증이 없다고.
"날짜와 금액을 정리한 집행내역은 있는데 그 현금을 수령한 사람의 수령증, 그 영수증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것만 없다."
- 3년 5개월의 송사를 통해 받은 자료다. 기대도 있었을 텐데.
"황당했다. 2017년 초반 자료가 없다고 담당자가 연락해왔다. 전화로 실토를 한 거지. 6월 23일 자료를 받으러 가서 확인해 보니 2017년 1월 ~ 4월이 없더라. '폐기 절차 밟았냐' 했더니 '모르겠다'더라. '밀봉했다가 열어보니 없다'더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자료가 없어졌고, 이를 현재 담당자는 몰랐던 거다. 단 한 쪽도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해당 자료를 폐기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단 폐기는 범죄행위다. 대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후 폐기할까봐 이미 검찰의 자료 폐기 목록을 정보공개 청구해서 받아놨었다. 공식 폐기 기록이 없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폐기한 게 아니라는 거다. 국민 세금을 썼는데 처음부터 자료가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다."
- 검찰은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이영렬 지검장이 (돈 봉투 사건으로) 면직 처분을 받을 당시 판결문을 찾았다. 특활비 사용에 관한 법무부 지침이 있다고 판결문에 나온다. 지침에 따르면 수령자가 영수증을 남기게 돼있다. 특활비를 사용했다면 현금으로 선지급했어도 영수증과 집행내역 확인서를 남기게 돼있다. (2017년 4월에 발생한) 돈봉투 사건 이전부터 특활비 지침이 있었던 건데 2017년 9월에 제도가 강화돼서 그 전 건 없다고 얘기하는 건 엉터리 해명이다."
- 결국 국민 세금 74억 원에 대한 증빙자료가 전혀 없는 거다."
"심지어 국가정보원도 특활비 증빙자료를 남긴다. 기록이나 증빙 자체가 없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민간 기업에서 돈을 썼는데 74억 원 영수증이 없다고 하면 대표가 횡령한 걸로 본다. 하물며 공금인데. 결과적으로 '증빙은 있었지만 폐기됐다'고 본다. 사라진 74억 원에 대한 증빙서류는 불법폐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2017년 5월까지는 있었을 거다. 정권교체기(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였고, 검찰총장 직무 대행 체제였다. 직무대행이 폐기할 수는 없었을 거다. 2017년 4월에 돈봉투 만찬 사건이 있었고 법무부가 (특활비 사용에 대해) 감찰도 했다. 그 내용을 2017년 6월 7일에 발표했다. 2017년 6월까지는 증빙자료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폐기했으면 감찰을 어떻게 했겠냐. (폐기 시기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기 혹은 그 이후일 가능성이 높은 거다."
- 불법을 저지른 것인가.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으로 불린다. 실무자 선에서 자료를 폐기할 수 없다. 범죄의 개연성이 높다."
곳곳이 '빈 칸'이었던 검찰의 특활비·업무추진비
- 그럼에도,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짚어봐야 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활비는 100% 현금이다. 한 번 쓸 때마다 작게는 몇 십만원 많게는 수 천만원에 달한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그렇다면 이 현금을 어떻게 주겠나. 봉투로 주겠지. 돈 봉투 문화라는 거다. 2017년 160억, 2018년 127억, 2019년 10월까지 83억 원. 이 많은 돈을 특활비라며 현금으로 썼다. 가능한 일인가. 흥청망청, 엉망진창이다. 세금 오남용 가능성이 높다."
- 특활비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도 문제다.
"업무추진비는 카드 전표를 붙이게 돼있는데 535건 중 61%가 아예 안 보인다. 보이는 것도 상호와 사용한 시각을 가리고 복사해서 줬다. (안 보이는 것 중에) 대검 것도 있지만 중앙지검 업무추진비가 더 많다. 윤석열 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은폐하려고 하는 게 아니면 (이렇게 카드 전표를 우리 쪽에 제공한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검찰에 원본과 대조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업무추진비 쓴 전표는 잘 보인다. 더욱 이상한 일이다. 잘 보이는 건 10% 정도. 전화번호만 보이거나 사업자등록번호 보이는 거 다 합쳐도 전체 전표의 40%가 안 되는 실정이다.
상호와 사용시간대 삭제 관련해서 엄청 항의했다. 대법원 판결에 어긋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했더니 대검 담당자가 상호 가리는 걸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답했다. 그 회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고 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 자기네는 판결대로 공개한 거라고만 하더라. 원본 대조도 안 해주고, 상호와 사용시간을 가리고 공개한 건 직권남용에 나의 알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 뭘 감추고 싶었던 걸까.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중앙지검 돈봉투 사건이 2017년 4월에 있었고 그 당시 (특활비) 자료가 없다. 시기도 묘하다. 이렇게까지 감추려는 걸 보면 업무추진비 사용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거다. 국민 세금을 쓴 일이다.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집단 내에서 범죄 행위나 조직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이건 검찰 조직의 문제다. 그런데 이 조직을 통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대통령 본인도 특활비를 많이 썼다. 그러니 조직의 문제이지만 개인 윤석열과도 무관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