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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전체회의 주재하는 김효재 직무대행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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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TV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TV수신료 미납에 불이익은 없다는 내용의 자료까지 배포하고 나섰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5일 전체회의에서 TV 수신료 분리징수가 담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KBS가 지정하는 자(현재 한국전력)가 자신의 고유 업무와 관련한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 징수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현행 전기료와 TV 수신료 합산 고지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시행령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받으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 시행령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KBS와 EBS는 물론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 시민단체들도 "사회적 합의 없는 언론장악 시행령"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6일 방통위 출입 기자들에게 보도참고자료 1건, 입장자료 1건을 배포했다.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것은 국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수신료 납부를 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게 자료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쉽게 이해가 되지 않거나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를 세 가지로 나눠 살펴봤다.

[문제①] 요금 따로따로 내야 하는데, 이것이 국민 편익 증진? 
 
 
방통위는 전기료와 수신료를 나눠서 내도록 하는 게 '혜택'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참고 자료에서 "국민들에게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돌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혜택을 받는다"고 적었다. 아울러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불편한 것은 KBS 방만 경영의 수혜를 입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국민 불편 가중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은 매달 받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더해 'TV수신료' 고시서를 따로 받게 된다. 그동안 합산 고지로 인해 한 번만 냈던 전기료(수신료)도 매달 전기요금 따로, 수신료 따로 납부해야 한다. 번거로워지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방통위 주장대로, '수신료 거부감'을 가진 일부 납부자들이 통합 고지에 대한 심리적인 불편감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이런 심리적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모든 납부자들이 전기료와 수신료를 따로따로 내며 감내해야 할 물리적인 부담을 상쇄할 수준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입법예고 중 접수된 의견 중 상당수도 "분리납부로 인한 물리적 불편"을 반대 이유로 들었는데, 방통위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문제②] 수신료 체납하면 가산금 폭탄 등 불이익
 
5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 의결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언론 현업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과천 정부청사앞에서 긴급공동회견 ‘방통위는 공영방송 말살 폭거 당장 중단하라’를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5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 의결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언론 현업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과천 정부청사앞에서 긴급공동회견 ‘방통위는 공영방송 말살 폭거 당장 중단하라’를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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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징수가 실행되더라도, TV 수상기를 가진 가구는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내야 한다. 수신료 납부는 방송법에 규정된 강제조항이다. 방통위도 수신료 납부 의무 조항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고, 분리징수 시행령이 공포돼도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방통위 참고자료에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나 납부하지 않더라도 한전 차원의 단전 등 강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수신료는 전기료가 아니기 때문에 단전 조치는 당연히 불가한 사안인데, 이를 '불이익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더구나 방통위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수상기를 가진 가구가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당연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TV 수신료를 미납한 가구에 대해서는 가산금을 더해 요금이 징수된다. 수신료를 정해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으면 3%의 가산금이 더해져 청구될 수 있다. 수신료 합산 징수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1990년대초, 수신료 납부를 하지 않던 가구들이 수개월치 미납금에 더해 가산금 '폭탄'을 청구받는 사례는 빈번했다(관련기사 : 재산압류에 26개월치 폭탄 고지서... 이래도 수신료 분리징수가 국민편익? https://omn.kr/24ks8).

이에 앞서 수신료 미납 가구는 수신료 독촉을 받게 된다. 징수권을 가진 KBS 측으로부터 수신료 납부 독촉 전화는 물론, 징수원이 가정을 방문해 납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는 법적으로 가능한 수신료 징수 방법이고, 방통위도 이를 막을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수신료 납부를 지속적으로 거부할 경우, 강제 집행까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법률상 가산금은 붙을 수 있으나, 납부하지 않는 국민들에 대해 강제집행에 나설지는 전적으로 KBS가 자체 판단하여 결정하고 집행할 문제"라며 강제집행까지 가능하다고 시인했다.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지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KBS가 수신료 강제집행에 나서려면 방송법 제66조에 따라 방통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관련해 방통위는 "국민의 편익과 권리 신장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혀 '강제집행'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선 위법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방송법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의무 조항이 있기 때문에,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제집행 거부 등) 법에서 정한 행정 업무를 안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직무유기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도 지난 6일 반박자료에서 "(방통위가) '납부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TV수신료에 대해, 이를 납부하지 아니하여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오인을 일으키고, 마치 체납을 유도하는 듯한 표현으로 안내했다"고 비판했다.

[문제③] 정권 바뀌자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꾼 방통위

더 큰 문제는 TV수신료에 대한 방통위 입장이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내왔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민주당)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방통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국회에서 7건의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이 발의됐는데, 방통위는 '수용곤란'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지난달 5일 TV수신료 분리징수안을 권고하자, 방통위는 순식간에 입장을 뒤집었다.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 6월 14일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보고했고, 이틀 뒤인 16일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실 권고 이후 시행령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단 11일이 걸릴 정도로 개정 작업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현 상임위원이 분리징수에 대한 방통위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방통위 담당 과장은 "(당시)위원장 생각을 받아 의견을 제출했다"고 답했다. 이는 정권 입장에 따라 수신료에 대한 방통위 입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답변과도 같다.

김남근 변호사는 "만약 정권이 바뀌거나 위원장이 바뀌어서 TV수신료 징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바뀐다면, 그때까지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던 사람들은 한꺼번에 수신료와 가산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그:#수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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