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즉각 중단하라."
"윤석열 정부는 괴담유포 운운 말고,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
비옷을 입고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외치는 대전시민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들은 해양생태계와 국민들의 생명안전, 그리고 인류에 불어닥칠 재앙을 막기 위해 대전시민의 힘을 모아내겠다고 다짐했다.
평화나비대전행동과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11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KB국민은행 둔산갤러리아지점 앞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오락가락하는 장맛비에도 700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비로 인해 촛불을 들지는 못했으나 '국제해양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하라',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와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민중의례로 시작된 이날 집회에서 대회사에 나선 김율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장은 "IAEA보고서는 일본이 져야 할 책임을 국제사회에 전가하는 일본 정부를 위한, 일본 정부가 원하는 보고서일 뿐이며, 일본의 해양 범죄에 대한 면죄부"라면서 "일본은 인류를 상대로 한 최악의 환경범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특히, 일본은 자국 내에서 처리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바다를 핵폐수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해양 투기를 선택했다. 이는 국제해양법 위반이고 국제협약 위반"이라면서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당신들의 나라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 사용하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대변인 노릇만 하고 있다. 정말 부끄럽고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생명과 안전, 생계에 대한 위협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국민들을 향해 '괴담'이라고 협박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시민들은 "일본 대통령!", "친일파 대통령!"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시민발언으로 강승수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이 나섰다. 강 신부는 "기후위기시대에 지속가능한 세상으로의 전환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 시점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하는 것은 우리 공동의 집 지구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고, 동시에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만드신 창조 세상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할 게 아니라 지상 저장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한 일본은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평화를 사랑하는 이웃 국가들, 전 세계인과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신부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수많은 이들의 걱정을 오염수 괴담이라고 하며 평가 절하하지 말고,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실질적인 해양생태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두 개의 영상이 상영됐다. 첫 번째 영상은 '당신이 몰랐던 핵오염수 투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핵오염수 해양 투기의 위험과 이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담은 인터뷰 등이 담겨있었다. 또 두 번째 영상은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 핵폐기수 확산 시뮬레이션'이라는 주제의 영상이었다.
노래공연도 펼쳐졌다. 어린이평화합창단 '하늘고래'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와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를 노래했다. 또한 노래모임 '놀'도 공연에 나서 '찐이야', '격문' 등을 노래했다.
계속해서 현장 시민발언이 이어졌다. 장터에서 수산 소매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차영권 대전충청노점상연합회 청년국장은 "핵폐수 해양 방류는 작게는 어업인이나 수산물 유통업을 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며, 크게는 국민 전체의 건강과 안전이 문제다. 요즘 생선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시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바다가 죽으면 인간도 살 수 없다.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전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대전시와 대전시의회를 향해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라면 가장 먼저 나서서 핵폐수 해양 투기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거리에 나서서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시는 '0시축제'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이날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대전시민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우리는 해양생태 뿐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안전 그리고 인류에 불어 닥칠 재앙을 막기 위해 대전시민의 힘을 모아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시민들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즉각 중단하라", "일본정부는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IAEA는 일본맞춤보고서를 즉각 폐기하라", "일본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집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