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둘러싼 경남 산청·함양, 전남 구례, 전북 남원이 케이블카로 다시 시끄럽다. 과거 정부에서 환경부는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설악산 케이블카가 추진되면서 지리산도 덩달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어서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환경부가 최종 결정한다. 지자체장들은 케이블카 설치에 나서고 있고,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눠져 있다.
한때 산청군과 함양군은 케이블카를 공동 추진했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 때인 2017년, 산청·함양군은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함양 마천면 추성리 10.5km 구간을 제시했지만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산청군이 먼저 환경부에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신청했다. 산청군은 지난 6월 말 환경부에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과 관련한 공원계획 변경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청군은 총 1179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9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산청군은 시천면 중산리에서 장터목 인근 3.15km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이승화 산청군수는 간부회의에서 "지리산케이블카를 설치해 지리산권 관광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담당부서를 조직하기도 했다.
함양도 적극 나서도 있다. 산청군이 단독으로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함양지리산케이블카유치위원회는 14일 마천면사무소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최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지난 5월 마천면 주민을 주축으로 함양 지리산케이블카 유치위원회가 발족한 후 현재 전 읍면으로 확대해 약 200여 명의 주민이 유치위원회에 동참하고 있다"며 "함양군도 전 군민의 염원을 모아 유치위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례군도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에 또 뛰어들 모양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연구용역을 의뢰해 올해 안에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 환경부에 국립공원계획 변경신청서를 낼 방침"이라고 했다.
구례군은 1990년대부터 이번까지 다섯 차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신청을 하는 셈이다. 김 군수는 "구례, 남원, 함양, 산청이 지속적으로 합의를 하면서 영남과 호남에 각각 한 곳씩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한때 지리산 케이블카를 추진했던 남원시는 남원시 육모정에서 정령치까지 13㎞ 구간에 전기열차 노선을 설치하는 산악열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리산 케이블카에 대해 "필요하다면 우선 1차적으로 한 곳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청이든 함양이든 먼저 할 수 있는 곳을 선정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만약에 어느 자치단체가 신고 하겠다고 하면 경남도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ㄷ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대책위' 출범 예정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천지역 환경·주민단체들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오는 24일 산청군청 앞에서 출범을 선언하며 관련 활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최세현 산청주민대책위 대표는 "2007년과 2012년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다가 공익성, 경제성, 환경성 기술성 모두 기준 미달이라 퇴짜를 맞았다. 주민공청회나 사업설명회 등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으로 케이블카 사업 계획을 환경부에 제출했다"며 "실상은 2016년에 준비했던 사업계획서를 연도와 일정 등만 고쳐 그대로 접수했다니 정말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1179억 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리산 케이블카가 공익성 부족과 함께 경제성이 없다는 점이 환경부가 케이블카 신청을 여러 차례 반려한 가장 큰 이유다. 지리산 케이블카는 결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에서 입증한 셈이다"라며 "지자체마다 우후죽순처럼 설치한 케이블카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거나 개점 휴업 상태라는 점에서 케이블카는 스쳐 지나가는 20세기 시대의 후진적 관광상품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엄중한 기후 위기의 시대에 관광의 패러다임이 생태나 체험 위주의 친환경 관광으로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케이블카는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경남 녹색당은 지난 10일 낸 성명을 통해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들은 불편한 시골에서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이동해 갈 뿐이라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재정자립도 8.2%로 전국에서 거의 꼴찌인 산청군이 천억 원이 넘게 드는 건설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며 "결국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것이고 민간 자본을 유치하게 되면 케이블카 운영수익은 대부분 외부로 유출된다. 산청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산리~장터목 구간에 대해, 경남녹색당은 "백두대간의 지리산 주능선으로 생물다양성 유지와 생태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복원된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수많은 법정 보호 동식물이 살아가는 원시생태계의 보고이다"라며 "인간이 감히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짓밟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번 파괴되면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리산 곳곳에 수많은 중장비가 올라가는 길을 만들고,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 기둥을 세워 올리는 대공사를 하는데 어찌 케이블카가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공사 기간과 케이블카 운행 중에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과 산림파괴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지리산생명연대 등 단체들도 지리산 케이블카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