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차관리원 이경일씨
주차관리원 이경일씨 ⓒ 주간함양
 
푹푹 찌는 12일은 경남 함양군 함양읍 장날이었다. 시장 주변 골목골목마다 많은 차들이 분주하게 드나든다.

주차관리원 이경일(69)씨는 이날도 더운 날씨 속 미소를 잃지 않고 도로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보통 주차요금을 정산하러 오는 주차요원을 마주할 때면 괜스레 서먹해지기도 하지만 친절함이 묻어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면 더위가 가신다.

"일을 하면서 하루에 200번에서 300번 정도 인사를 하는 것 같네요(웃음)."

'저 친절한 주차관리원은 어떤 사람이냐'며 읍내 곳곳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이경일씨는 어쩌다 함양의 '친절한 톰 아저씨'가 됐다.

"어떠한 책임을 맡으면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에 인사를 열심히 했어요.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어리둥절해 하셨는데 이젠 같이 호응도 해주셔서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경일씨는 20여 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10월 함양으로 내려왔다. 미국에서 세탁소 운영과 우버 택시를 운행했다는 그는 미국에 살면서 지역 신문에 친절함과 부지런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다시 모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아내의 향수병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살 곳을 고민하던 그는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리산이 있는 함양을 선택한다.

"미국에 있을 당시 지리산 주변을 주로 촬영하던 유튜버의 채널을 즐겨본 적이 있었어요. 고향은 서울이지만 그 채널의 영상들을 보면서 함양에서 살아보고 싶었죠."

아내와 함께 모국으로 돌아와 현재 휴천면에 자리를 잡은 그는 꿈에 그리던 지리산을 둘러도 보기도 하고 주차관리원 일에도 매진하면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이제 주차관리원 생활 5개월차에 접어든 이경일씨. 일하는 동안 바쁘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손님들과 소통하는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주차관리원 일을 하면서 다양한 손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같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손님으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저의 심금을 울릴 때가 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거죠. 그래서 저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말을 붙여주는 손님을 만날 때마다 비록 짧은 시간이더라도 너무 고맙고 기쁘죠."

이젠 팬층이 생긴 걸까. 한결같은 친절함과 소통으로 소문난 이경일씨에게 음료수와 과자를 건네는 손님도 점점 늘어난다.

"주차관리원 일을 시작하면서 손님들로부터 음료수와 과자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작은 성의를 표시할 때면 감개가 무량하고 힘이 됩니다."

일과가 끝나도 이경일씨의 성실함은 멈추지 않는다. 칠십을 향해가는 나이임에도 꾸준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서 다양한 공부를 이어간다. 최근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집사람이 지난 2월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어요. 저도 이 기회에 관련 분야를 배워보자는 마음에 뒤따라 공부하고 지난 6월에 따게 됐죠.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노인에 대한 공경심도 갖게 됐고, 1960~1970년대 고생하면서 이 나라를 이루어낸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공부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무사히 잘 마칠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경일씨는 함양에서의 삶을 성실히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바쁜 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고 그러잖아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주차관리원 일은 물론 자기 계발도 하면서 함양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이경일#함양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언론 젊은신문 함양의 대표지역신문 주간함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