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역할만 한다던 김건희 여사…레드라인 다가온다>
21일 오전 포털 다음의 PC 뉴스면 톱기사에 배치된 <동아일보> '윤다빈의 세계 속 K정치' 기사다. 소위 '빨간불'로 대체할 수 있을 '레드라인'이란 제목 내 표현이 눈길을 끈다. 해당 기사는 과거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 여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보우소나루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을 소개하며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해외 정상 영부인들의 경우를 비교 분석하고 있었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 행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김 여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넘치는 사랑을 잘 알기에 함부로 이 주제를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격입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부터 김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할 조직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제2부속실 폐지 관련 논란을 두고 여권 내부 분위기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한 비유나 '김 여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넘치는 사랑'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꽤 이례적으로 김 여사를 향해 화살을 겨눈 <동아일보>가 정리한 김 여사 관련 논란은 이 정도였다.
- 봉하마을 방문 시 코바나컨텐츠 출신 지인 동행
- 스페인 순방 시 민간인 대통령 전용기 탑승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방문 사진 '개인 홍보' 비판
- 윤석열 대통령과 SBS 'TV 동물농장' 홍보 방송 지적
- 김 여사 일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특혜 의혹
- 리투아니아 순방 중 비공개 명품매장 방문
이어 <동아일보>는 "김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 여사의 행보가 때로는 윤 대통령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라며 "시대 변화에 맞는 영부인상을 당당하게 구축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영부인들은 이처럼 자신의 행보나 정책 목표를 공개하고, 국민과 언론을 통해 이를 평가 받습니다. 이에 비하면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비공식적입니다(...). 선거 때는 표심을 의식해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습니다. 시대 변화에 맞는 영부인상을 당당하게 구축할 시점입니다.
요컨대 지금 같이 논란을 자처하거나 공약파기 논란이 불가피하더라도 제2부속실을 부활시키거나 그도 아니라면 미 백악관의 경우처럼 '영부인실'이라도 신설하라는 주문이었다. 최근 연이은 김 여사 관련 의혹 및 논란과 지지율 하락 국면을 보다 못한 보수언론들이 윤석열 정권을 향해 연이어 조언과 쓴 소리를 내놓는 형국이다. 최근 며칠 사이 '동아'와 '중앙'이 딱 그랬다.
'무정부 상태' 강조한 '동아'
(집중 호우 직후) 그러고도 관계 기관끼리 "알렸다" "몰랐다" 폭탄 돌리기나 하는 행정참사가 벌어졌으면 관재(官災)정부는 대(對)국민 사과부터 해야 마땅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빗발치는데도 경찰부터 장관까지 뒷짐만 지고 있던 이태원 참사 때와 뭐가 달라졌는가 말이다. 그러니 '#무정부 상태' 해시태그가 붙은 국민 분노가 SNS로 확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화진은 자리 걱정 말기 바란다. 인사청문회가 겁나고 귀찮은 윤석열 정부가 장관을 문책 경질할 리 없다. 이태원 참사 다음 날 "경찰이나 소방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던 무능·무심·무책임한 3무(無)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도 지금껏 자리보전 중이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조차 묻지 않은 행정수반이 윤 대통령 아닌가.
20일자 <동아일보>의 <'무정부 상태' 오송 지하차도, 이태원 참사와 뭐가 다른가>란 '김순덕 칼럼의 일부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직설이란 표현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 9월 <차라리 대통령이 여당 Chong Jae(총재) 겸임하시라>란 칼럼으로 김건희 여사의 'yuji' 논문을 빗대어 윤 대통령에게 냉혹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기명 칼럼에서 오송 지하차도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이후 정부 대응을 판박이라 규정하며 재난 대응의 총책임자이자 관련 핵심 부처 장관(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나 고위 관료(박희영 용산구청장)를 문책하지 않는 윤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50여 명 넘는 사상자를 낸 집중 호우 피해 대응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을 두고 소셜 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제기되고 있는 '무정부 상태'라는 해시태그를 끌어올리면서 말이다.
대통령이 '책임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정부여당이 국민보다 용산을 먼저 챙기는 식이면 이런 참사는 또 일어날 수 있다. 공무원은 낙지부동(낙지처럼 바닥에 딱 들러붙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 국민은 무정부 상태에서 각자도생에 목숨 걸어야 할 판이다.
'중앙'의 전방위 비판
<중앙일보>의 비판도 나름 매섭다. '중앙'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록 의혹, 집중 호우 참사 등을 포함 최근 국민적 관심을 끈 사안들을 토대로 한 여러 개별 칼럼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전방위로 꼬집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숍 방문 대응"을 두고 "반복할 필요도 없겠다"고 일축한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의 비판은 이랬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사실 이에 대처하는 대통령실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지금 당장 한국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그 상황(수해)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는데, 그런 말은 대통령실 내부 대책회의 때나 주고받을 말이다.
국민을 향해선 "오랜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국민들께 양해와 이해를 바란다"고 고개 숙였어야 했다. 그 정도의 상식, 소통 능력도 없는 자가 대통령실 핵심 참모라니 기가 막히다. 한두 번은 실수라 쳐도 이제는 상수가 돼 버렸다. 대통령이 책임을 묻지 않을 거란 확신 때문이라면 진짜 큰일이다. - 20일 <중앙일보>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의 <[김현기의 시시각각] 무지한 야당, 무심한 용산> 칼럼 중에서
같은 날,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권영준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란 기명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임명한 권영준 대법관에 대해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이라는 비판을 전하며 "권 대법관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지만 반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은 지난달 말 <사이다 대통령이 꼭 칭찬은 아니다>에서 '킬러 문항' 운운하며 수능 관련 논란을 자처한 윤 대통령을 향해 "내가 지금 보수 정부 아래 사는 게 맞나"라며 한탄 한 바 있다.
또 <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은 21일 <잦아진 '직을 걸겠다' 해석하면 '총선 출마'?> 칼럼에서 '직을 걸겠다'던 한동훈, 원희룡 장관 등을 겨냥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출마 희망 인사들의 경우 공직을 사퇴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정책 추진에 직까지 걸며 각오를 다진 이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직을 던지면 이율배반 아닌가?"라며 "두고 볼 일이다"라고 적었다.
김건희 여사 일가 양평 땅 의혹과 관련해 전면에 나선 원희룡 장관의 행보를 '파울 홈런'으로 규정한 칼럼도 흥미롭다. <중앙일보>는 <원희룡은 '국룰'을 깰 수 있을까>란 기자 칼럼에서 "(원 장관이) 무차별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에 경종을 울리는 것까진 좋았으나 성급한 백지화 카드는 호사가에게 먹잇감을 줬다"며 "파울 홈런을 친 뒤 범타로 물러나는 건 야구의 국룰(국민룰), 즉 보편적 법칙이다"라고 비꼬았다.
'동아'와 '중앙'의 이러한 비판적 논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그 답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다음 행보와 통치 철학의 변화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