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분향소 설치 ⓒ 유윤식
충북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초등학교 A(23) 교사가 학부모 갑질로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어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애도 기간으로 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사들은 최근 서울지역 모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담임 여교사에 대한 무자비한 폭행 사건에 이어 벌어진 A교사의 가슴 아픈 자살 사건에 함께 공분하며 교사 커뮤니티에서 연일 교육부를 성토하며 근본적인 교권침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학교현실은 학급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감한 사안들을 오롯이 교사 개인이 감당하는 구조이다.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 수업 태도, 친구들과의 관계, 학업 문제 등과 관련하여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옥죄고 있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교사를 상대로 제대로 된 확인 절차도 없이 학교에 '담임 교체'를 요구하기도 하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학교장을 찾아간다고 으름장을 놓고, 심지어는 우리 아이에게 '정서 학대'를 했다며 "아동 학대법"으로 고소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왜 선생님이 제대로 지도하지 않았느냐?", "왜 우리 애를 나무랐느냐?", "우리 아이만 차별한다."라는 날이 선 말을 경험하면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고, 그러한 민원이 반복되면 지도 자체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생활지도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하지만 과연 이런 대책들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교사를 보호해줄지 의문이다.
교사 대부분은 언제든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허위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에 노출되는 것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 많은 조합원이 교사노조에 아동학대 피소로 인한 상담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교원지위법에 의거 교육청에서 있는 교원치유센터나 개별 학교에 설치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마저 개별 위원이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경우들이 많아 전문성 문제로 교권침해 인정을 못 받고 있어 학교에서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장 교사들은 아동학대, 정서학대로 민원의 대상이 되어 언제든 신고당할 수 있다는 것에 위축되어 있으며,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정상적인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현재의 대책들은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교사를 무분별하게 민원을 넣고, 신고하여 힘없는 교사 개개인이 이 모든 송사를 감당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교사를 무고성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것에서 교육청과 교육부는 선제적으로 법적 대응, 교권침해 인정 조치를 마련하여 교사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교사에게 무혐의로 종결되면, 악성 민원인이 받는 피해는 거의 없는 현재의 법체계이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교사와 학교를 상대로 신고한 행위에 대해 무고죄 등의 소송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해야 한다. 또한 학교 구성원이 입은 민사상의 손해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인의 피해로 끝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교사노조는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교사들이 '가르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보장'과 A 교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교육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교사노조는 22일부터 무기한 상당공원 앞 인도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얼마 전 수해로 오송 궁평 2로 지하차도에서 참변을 당한 청주 모초 선생님의 분향소가 마련된 충북도청 신관 1층으로 동선을 안내하며 함께 애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