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노동, 민생, 민주, 평화 파괴뿐 아니라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후퇴와 개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노동시간 단축, 중대재해기업 처벌등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제기하고 일부 진전된 성과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를 위해 공동행동에 나섭니다. 공동행동은 7월 초 발족하여 버스킹, 토론회, 문화 공연 등 현장과 시민과 함께하는 사업을 집중 전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생명안전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에서 주최한 버스킹 '위험한 세상, 안전한 삶'이 지난 22일 오후 5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내 삶' '나의 노동'과 연결된 공연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전달하고자 버스킹 겸 토크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버스킹은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활동가의 사회와 싱어송라이터 선과 영의 노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시작했다.
1부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일을 하다가 사망한 노동자들'이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도중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와 장향미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활동가가 이야기손님으로 초대됐다. 장향미 활동가는 에스티유니타스에서 근무하다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로자살을 한 웹디자이너 장민순씨의 언니이자 현 게임 산업 노동자다.
김미숙 대표는 "정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시키고 (재해에 대한) 처벌을 안 하려고 하는데, 이런 개악을 막고 사람을 죽였으면 그것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끔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죽음'은 나라가 말하는 것"이라며 "안전 펜스나 2인 1조 노동 준수와 같은 조그마한 안전 조치와 노력을 기업들이 한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국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잘 운용해 영국의 기업살인법처럼 많은 죽음을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장향미 활동가 또한 동생의 과로자살이 일어난 후 겪었던 노동청과 기업의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언급하며 "국내 과로사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고, 사실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한 것도 활동의 일환"이라고 버스킹 참석 사유를 밝혔다. 이어서 그는 IT기업의 포괄임금제 악용에 대해 지적하고 "과로사가 사실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면서 버스킹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2부 진행에 앞서 싱어송라이터 선과 영의 노래 <슬픔의 자리>가 이어졌다. 선과 영은 "이제는 흔적도 없지만, 누군가에게 슬픔이 남아 있을 그 자리를 함께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 노래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진 2부 토크 콘서트에는 문승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 경기북부 건설지부 사무국장과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 물류센터 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이 참여 발언했다.
문승진 사무국장은 "흔히들 여기 계신 지나가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의 이름은 '노가다'일 것 같다"며 "저희는 노가다가 아니라 건설 노동자라고 하는 이름을 찾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과 폭설에도 업무를 강제하는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건설 노동자의 해고와 사망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우리의 해고와 우리의 죽음에 대해서는 사회가 아무 관심이 없어요. 우리는 죽어도 되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일상적으로 해고 상태에 놓여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니까.
그렇지만 집을 지을 때는 저희를 부르고,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300억 원짜리 시그니엘 롯데타워까지 저희가 지었습니다. 그런 집에 들어가는 수도꼭지 하나에 얼마다, 그런 얘기를 들어요. 어떤 고급 주택에 들어가는 수도꼭지 하나가 100만 원짜리예요. 그리고 바닥에 깔리는 대리석 하나가 1천만 원짜리예요. 우리는 넘어져도 대리석 밑으로 깔려야 해요. 대리석이 깨지면 안 되니까. 이런 데 무슨 산재입니까?"
마지막으로 정성용 지회장은 "물류센터 노동의 근본적인 문제는 중량물을 취급하는 것"이라며 "중량물을 취급하는 노동 자동화돼 있지 않고 대부분 사람 손을 거쳐서 이뤄지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대표되는 관절의 문제를 유발한다"고 물류센터 노동의 건강적 위해성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물류센터에 비해서 쿠팡이 조금 더 악랄한 지점은 휴게 시간이 전혀 없다는 점"이라며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앞에 4시간 식사하고 이후에 4시간 동안 전혀 쉴 수가 없으며,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화장실 가는 시간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많은 사람들의 이런 고생과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빠른 배송 서비스를 해야 될까를 한 번씩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고, 그런 빠른 배송을 하더라도 어떻게 좀 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다치는 사람이 없이 노동할 수 있을지를 회사에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킹 '위험한 세상, 안전한 삶'의 끝은 선과 영의 노래 <마음>이었다. 모두가 일하는 이유는 결국 좀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에서이기 때문에, 노동이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은 모두 동일하다는 이유에서 선곡됐다. 사회자와 이야기손님, 공연을 관람하던 시민 관객이 함께 노래의 후렴구를 허밍하며 화합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버스킹이 진행되는 무대의 옆쪽에서는 지나가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시민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당신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스티커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