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지리산 케이블카는 필요 없다.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 당장 백지화하라. 지리산을 향하는 개발사업, 즉시 중단하라."
경남 산청군민들이 산청군청 앞에서 이같이 외쳤다.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공동대표 최세현 등)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모든 생명과 우리 후손의 것이다. 당장의 돈에 눈먼 지리산 케이불카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경남 산청군, 함양군과 전남 구례군이 케이블카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하동군은 산악열차를 놓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케이블카 반대 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맨 먼저 산청지역 45개 단체가 참여해 대책위를 결성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노기환 함양케이블카대책위 대표, 최지한 하동산악열차대책위 추진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케이블카 반대에 힘을 보탰다.
최세현 대표는 발언을 통해 "먼저 이 자리는 지리산, 그중에도 산청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지리산은 고리로 이어진 그물망이다. 오늘 이 자리는 산청이나 함양 그리고 구례 등 지리산 그 어디에도 케이블카가 들어 서는 걸 반대하는 자리란 걸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리산 전체로 보면 지금까지 아홉 번의 케이블카 사업 신청이 있었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그러는 동안 지자체가 낭비한 매몰비용은 얼마냐"면서 "그 돈은 우리들의 혈세이다. 아님 말고가 결코 아니다. 지리산케이블카는 지리산권 단체장들의 치적이 아니라 두고두고 우리들의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토록 심각한 기후위기의 21세기를 살면서 20세기적 후진적 사고는 제발 버려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라며 "지리산 사람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난개발을 지리산 그 어디에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케이블카 설치한다고 지역경제 활성화되나? 어림없다"
대책위는 회견문에서 "이미 2007년, 2012년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다가, 낮은 경제성, 공익성 부족, 환경파괴 우려 때문에 정부로부터 반려됐는데 또다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찬성 측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들은 불편한 시골에서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이동해 갈 뿐이라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재정자립도 8.2%,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18위로 자립도 꼴찌인 산청군이 자체 추산 1179억이나 드는 건설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결국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거고 그렇게 되면 케이블카 운영수익은 대부분 외부로 유출된다. 산청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전국 대부분 케이블카가 적자라고 한 이들은 "대부분의 민자사업이 그렇듯 민간 자본의 수익을 보존해 주는 계약이기 때문에 산청군, 산청군민만 엄청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민간자본 유치를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제발 군수 본인의 치적을 위해 근거없는 경제논리로 군민을 희생시키지 말라, 이런 위험하고 실속 없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청군은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밀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주민 공청회 등 민주적 결정 과정을 당장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산청군이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한 중산리~장터목 구간에 대해서는 "백두대간의 지리산 주능선으로 생물다양성 유지와 생태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복원된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수많은 법정 보호 동식물이 살아가는 원시생태계의 보고"라면서 "인간이 감히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짓밟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번 파괴되면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산청군은 지난 4월 24일 시천면 중산리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5km 구간의 케이블카 건설을 공식화하고 지난 6월 22일 환경부에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을 위해 국립공원계획변경안을 단독으로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