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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짜리 공주 가방에 엉덩이 춤이 절로 나온다.
 5천원짜리 공주 가방에 엉덩이 춤이 절로 나온다.
ⓒ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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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아이의 방학이 시작된다. 아이와 잘 지내보자고 마음을 다지지만, 어딘가 부담스럽고 불편한 마음이 잘 가시지 않는다. 4살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면 엄마로만 있어야 하고 내 시간을 하나도 가지지 못할 것 같고, 정작 내 마음과 삶은 지켜내기가 힘들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평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섰다. 내 손엔 둘째의 어린이집 가방이 들려있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 동생이 방학이고,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를 즐길 거라는 건 첫째에게 비밀이다. 알게 되는 순간, "나도 유치원 안 갈 거야!!!" 를 시전할 게 분명하다.

"오늘은 언니부터 데려다줄 거야."

집에서 어린이집이 가까워서 둘째를 먼저 데려다주곤 했다. 언니 몰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이번 주만 언니를 먼저 데려다주려는 것인데, 그걸 알 리 없는 둘째는 왜 언니부터 데려다주냐며 투정이다.

드디어 첫째가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피스야. 이번 주는 어린이집 방학이라 어린이집 안 가. 친구들도, 선생님도 다 안 와. 그러니까 우리도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랑 피스랑 데이트할 거야."

"얏-호!"


신이 난 둘째의 화답 "얏호!"

경쾌한 얏호 소리가 몇 번이나 들린다. 마트 가서 과일 사자 해도 "얏호!", 떡 사러 가자 해도 "얏호!", 키즈카페 가자 해도 "얏호!".

아이는 기분 좋게 엄마랑 장을 보고, 소아과에 들러 영유아건강검진을 받고, 빵집에 들러 빵 하나를 간식으로 얌얌 먹었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 코스인 키즈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신나게 논 후에는 다이소에 들러 5천 원짜리 공주 가방을 샀다. 아이는 이렇게 완벽한 하루가 있을 수 없다는 듯 너무나 행복해했다.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흐뭇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아이에게 집중해 본 적이 얼마 만일까? 나를 잠시 내려두고, 아이에게만 초점을 맞춰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었구나 싶다.

늘 언니가 있어서 엄마를 자주 독점해 보지 못한 둘째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해할 때마다 나는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곤 한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일주일의 방학, 아이에게만 집중해주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나도 누리고 즐기면서 보내야겠다. 생각만큼 방학이 부담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아이들만큼 방학이 즐거울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아이의방학, #엄마의방학생활, #행복한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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