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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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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박과 물타기'

지명과 동시에 온갖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보여준 행태다.

이 후보자는 아들 학교폭력(아래 '학폭') 논란이 불거질 당시,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만을 확대 해석하면서 '틀린 사실'을 근거로 들며 해명했다. 부인의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고,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언론 장악에 대해선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배우자 청탁 의혹 보도에, 당일 입장문 내며 반박과 겁박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7월 30일 방통위 대변인실을 통해 '후보자 배우자의 인사청탁 의혹 보도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 자료를 냈다. 이날 오전 YTN은 이 후보자 부인이 지난 2010년 이력서와 2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가 되돌려준 사건과 관련해, 사건의 판결문과 이 후보자 측 해명이 다르다고 보도("이력서 받아" vs "기억 없어"...이동관 해명 오락가락)했다. YTN 보도 당일 '해명 자료'를 내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13년 전의 일로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나, 후보자는 해당 이력서를 배우자로부터 전달받거나 이력서를 받았다는 것을 전해 들은 바 없다"면서 "인사를 청탁했다는 인물이 후보자를 직접 만났다는 주장은 일방적인 것으로, 후보자는 해당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YTN 보도에 '책임'을 묻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탁 시도를 거부하고, 심지어 이를 사정 기관에 신고해 적법 조치 되도록 한 사실을 외면한 채 근거 없는 의혹을 지속 제기하는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 등 가용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들 학폭 의혹, 피해자 일부와 화해했으니 없던 일?


지난 6월 아들 학폭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이 후보자가 내놓은 해명문에선 '언론 기술자'로서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후보자 아들은 지난 2011년께 하나고 재학 시절 동급생 여러 명을 폭행해 문제를 일으켰고, 별다른 징계 조치를 받지 않고 전학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돼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는 당시 언론 해명문을 통해 "학폭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학폭 발생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정쟁을 위한 무책임한 폭로와 가짜뉴스 생산을 멈춰 달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과거 이 후보자 아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학생은 3명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피해 학생 1명과 화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자녀와 학생B(피해학생)는 고교 졸업 후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사이, 학폭 피해자였다면 있을 수 없고,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로 언급된 학생들과 모두 화해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일부 학생과 화해를 했다고 하더라도, 학교폭력 발생 사실이 없던 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자신에게 일부 유리한 정황만을 강조하면서 없던 일로 무마하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기술이다.
 
"학교선도위에서 전학 조치" 해명... 하나고 "선도위 열린 적 없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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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아닌 해명도 있었다.

해명문 중 "학교 선도위원회가 퇴학 다음 무거운 징계인 전학 조치를 내렸다"는 내용이다. 절차대로 징계를 받은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지만, 당시 하나고에선 선도위가 열리지 않았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이 하나고로부터 받은 답변을 보면, 하나고는 2012년 이 특보의 아들 문제를 다루기 위한 선도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내정자 발표 직후인 7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이 후보자지만, 정작 자신의 해명이 사실과 달랐던 것이다. 

그는 입장문 말미에 지난 2019년 12월 아들 학폭 문제를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콕 찝어 "악의적인 프레임의 가짜 뉴스"라면서 "공영방송에서 보도한 무책임한 행태를 개탄하며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하는 계기"라고 밝혔다. 아들이 저질렀던 학폭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비판하는 언론이 문제라는 것이다. "방송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이라는 노골적인 문구에선 비판 언론을 대하는 그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MB 정부 언론장악 당시 청와대 요직, 비판언론 길들이기 데자뷔?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과 관련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그가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지난 2009년, 국가정보원은 MBC와 KBS 등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문건으로 만들었다.

MBC 라디오 시사프로 출연자를 교체시키거나, KBS 간부를 퇴출 대상으로 구분하는 등 언론장악을 위한 계획을 담은 문건들이었다.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일 당시인, 지난 2010년 1월 작성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란 제목의 문건에는 박성제 전 사장(당시 MBC 부장) 등을 배제하도록 하는 계획안이 담겼는데,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됐다는 내용도 명기돼 있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부보고서에는 "방송사에 대한 문건들이 이동관 홍보수석 시절 집중돼 있다.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작성된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후보자가 당시 언론장악 문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그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사실은 이명박 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비판 언론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동관 후보자는 아들 학폭, 인사청탁 의혹과 달리, 언론장악 문건과 관련해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MBC 등 여러 언론들이 국정원 문건과 관련해 이 후보자 측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KBS 측에 대해선 관련 문건 내용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문자로 전달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언론 장악을 위해 어떤 지시, 실행, 분명한 결과가 나왔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겠느냐"라며 "나머지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상하게, 그리고 겸허하고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이동관, #방통위,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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