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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2동 통장이면서 모아모아사업 자원관리사로 활동하는 박정희 씨는 플로깅을 하며 모은 우유곽을 자신의 창고에서 보관해 지역 청결에 앞장섰다. (사진: 정민구 기자)
신사2동 통장이면서 모아모아사업 자원관리사로 활동하는 박정희 씨는 플로깅을 하며 모은 우유곽을 자신의 창고에서 보관해 지역 청결에 앞장섰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서울시 은평구 신사2동에서 통장일을 하면서 동시에 모아모아 자원관리사로 활동하는 박정희씨는 지난 3년 넘게 동네를 깨끗이 하는 일에 전념해오고 있다.

주민들이 거점에 나와 분리배출을 하는 은평그린모아모아 사업의 자원관리사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폐기물 중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들을 모아 깨끗하게 정돈하고 있다.

모아모아사업에서 시작한 그의 선한 영향력은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전달되어 박정희 씨처럼 지역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의 선한 영향력이 작용했기 때문일까? 최근 은평구 신사2동 골목은 부쩍 깔끔해졌다. 쓰레기 배출시간인 저녁시간 임에도 쓰레기봉투와 재활용폐기물 봉투가 골목에 어지럽게 쌓여있는 걸 보기 어렵다.

최근 은평구청은 박정희씨가 직접 씻고 말린 우유팩 5000여 개를 트럭에 실어 가기도 했다. 동네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박씨는 "툰베리 같은 어린 아이들도 지구를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제가 하는 작은 일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면 저와 같이 시간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통장 되면서부터 시작된 우리동네 관심
 
 박정희 씨가 직접 모아 세척, 건조까지 시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만든 우유곽을 은평구청에서 나온 수집운반 트럭에 싣고 있다.
박정희 씨가 직접 모아 세척, 건조까지 시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만든 우유곽을 은평구청에서 나온 수집운반 트럭에 싣고 있다. ⓒ 은평시민신문
 
박정희씨는 1982년부터 은평구에 살고 있다. 은평에 거주한지 40년이 넘었지만 동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건 비교적 최근이라고 한다. 박씨는 "결혼해서 자녀 키우는데 전념했죠. 제가 무슨 동네일을 생각 했겠어요.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신사2동 새마을부녀회에 참여했던 게 전부였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본격적으로 동네일에 관심 갖게 된 건 통장일을 맡으면서 부터다. 그동안 통장일을 맡았던 분이 그만두면서 박정희씨를 추천했고, 이 때부터 박씨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9년에 통장이 처음 됐고 열심히 활동하던 중에 신사2동에서 은평그린 모아모아사업을 시작됐어요. 이때 자원관리사 모집을 시작했는데 동주민센터나 주민자치위원장이 추천을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여러 교육을 들었는데 지금까지 분리배출 했던 것들은 사실상 쓰레기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박정희씨의 말처럼 재활용 폐기물을 분리배출 할 때는 반드시 지켜야할 것들이 있다. 가령 배달음식 일회용 플라스틱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모두 제거해야하고 우유팩을 버릴 때는 완전히 씻긴 뒤에 말리는 과정까지 해야 두루마리휴지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분리 배출 원칙 등을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물어 재활용으로 배출해도 상당량이 잔재 폐기물로 분류돼 일반폐기물로 처리되는 일이 많다. 

직접 폐기물을 찾아 나서다
 
ⓒ 은평시민신문
 
박정희씨가 직접 페트병이나 우유팩을 찾아나서 게 된 건 모아모아사업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코로나19로 모아모아사업이 시행되지 못한 기간도 있었고 일주일에 한 차례만 진행하는 걸로는 동네가 깨끗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직접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엔 창피하기도 했죠. 버려진 비닐봉지를 뜯고 있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으니깐요. 근데 하다보면요 사람들이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씀주고가요. 그러면 전 그냥 하던 대로 제대로 분류되지 않거나 세척이 필요한 것들을 비닐에 모아서 집으로 가져갔어요."

하루에 한 봉투, 두 봉투 씩 모은 건 차곡차곡 그의 창고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단순히 모으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박정희 씨는 폐기물이 다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시 폐기물을 정리했다.

투명 페트병에 붙어있는 스티커는 깔끔하게 제거하고 색깔이 있는 뚜껑 잔여물은 제거했다. 이물질이 있으면 깨끗하게 물로 씻어내어 말려냈다. 우유팩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우유팩은 물로 헹구기만 하고 배출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2시간 이상 말리지 않으면 악취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우유팩은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런 처리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많이 알지 못할 거예요. 저도 자원관리사를 하기 전까진 몰랐으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주려고 노력해요. 지속적으로 알려드리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선한영향력, 지역을 바꿔내다
 
 박정희 씨의 선한 영향력은 주민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고 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박정희 씨의 선한 영향력은 주민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고 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선한영향력이란 한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신사2동과 박정희 씨의 이 상황이 딱 어우러진다 할 수 있다.

박정희씨가 지난 3년 넘게 모은 것을 추산하면 페트병 1500kg, 우유팩 5000여 개다. 처음엔 혼자였지만 이를 지켜보던 딸이 함께하기 시작했고 주변 이웃들이 하나 둘 모아서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인근 카페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시더니 나중엔 직접 말려서 전해주기도 했다.

박정희 씨는 "딸에게 가장 고마워요. 부끄러워할 수도 있는데 '원래 엄마가 하는 것처럼 다 이렇게 해야 하는 거래'라고 말해주며 저를 응원해줬어요. 그러더니 나중엔 산책 갈 때 같이 봉투를 들고 나서줬어요. 요즘말로 '플로깅'이라고 하더라고요. 같이 하니 더 많이 모으기도 했죠"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이웃들도 같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하는걸 보더니 나중엔 하나 둘 모아서 가져다 주셨어요. 저는 이렇게 받으면 감사하다는 의미로 제가 직접 만든 수세미를 전달해 드렸죠. 하나 받으면 저는 둘 이상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의 선한 영향력은 이웃을 바꾸고 지역을 청결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플로깅을 하다 공병을 줍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걸 팔아 남긴 돈은 은평구청에서 진행하는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에 기부하기도 했다.

박정희씨는 "사실 큰일을 했다고 생각 안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건 우리 모두가 조금만 노력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점이에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모아모아 사업이길 바라요"라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지키는 일에 함께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모아모아 자원관리사#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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