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인가 용인가."
줄기가 용의 몸통처럼 뻗은 나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경남 의령군 칠곡면 신포리에 있는 느티나무(수령 550년 추정)다. "이 나무를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1982년 9월 20일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느티나무를 다시 찾은 박정기 노거수를찾는사람들 활동가는 "지금 당장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늦어도 한참 늦은 만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신포리 느티나무는 높이 24m, 가슴높이 둘레 8.3m, 가지펼침 폭 42m 정도다. 마을 논 한 가운데 작은 숲이 있다고 할 정도이고, 숲으로 보이지만 한 그루 나무다. 평평한 논밭 사이로 작은 동산처럼 보인다.
가지는 하늘로 높게 뻗는 게 일반적인 노거수 수형인데, 이 느티나무는 거대한 줄기를 땅에 내려놓았다. 마을 주민들은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동제를 지내기도 하고, 수호신처럼 여기고 있다.
박정기 활동가는 "신포마을은 보통 '들마을'로 불리는 평지촌락구조를 가졌다. 산이 없으니 마을 앞 들논에 느티나무를 심어 안산(案山) 역할을 하게 하는데, 그 위치가 들판 한 가운데고, 느티나무 기준으로는 마을과 양쪽 하천이 삼각형에 같은 거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을 왼쪽에 산이 있어 우백호가 뚜렷한데 오른쪽 좌청룡은 산이 없고 하천이니 좌청룡이 허(빈약)하니 숲(조산:신포림)을 조성하여 비보(裨輔)한 것"이라며 "이렇게 지세를 보완하는 풍수비보림을 민초들은 '바람을 막아준다'거나 '액운을 막아준다', '마을에서 숲 너머 현상이 보이면 안좋다' 등으로 믿고 위안을 삼아 왔다"고 했다.
박 활동가는 "안산 역할을 하는 느티나무는 농삿일과 관련해 실용적 목적으로, 신포림은 휴식과 놀이(햇추) 그리고 도토리 수확을 한다"며 "많은 마을 노거수와 마을숲을 보아 왔지만 신포리 느티나무 만큼 완벽한 공간구조를 가진 사례는 처음 본다"라고 강조했다.
'창원 북부리 팽나무'를 비롯해 많은 나무를 찾아내 천연기념물 지정 건의를 해온 박정기 활동가는 "국내에 보호수로 지정된 1만 4000여 그루의 노거수 중에 절반이 느티나무다"라면서 "그런데 신포리 느티나무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수형은 물론 마을의 안산 역할을 해주며 농본사회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공간구조를 띠고 있고 아름다운 경관까지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도가 지난해 펴낸 <경남 보호수 300선>에서는 "신포리 느티나무는 그 자태가 매우 뛰어나 의령 대표 보호수로도 손색이 없다"며 "길고 넓게 뻗은 느티나무는 마치 하나의 섬을 보는 듯 넓고 광대하다"고 설명해 놓았다.
또 이 책에서는 "마치 두 나무가 연리지처럼 붙어 하나의 몸통을 이루고, 8~9개의 큰 줄기가 아래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형상이다"라며 "특이하게도 이 가운데 3개의 줄기는 스위스 목동들의 나무로 만든 관악기 알프호른처럼 길게 뻗어 이채롭다"고 했다.
이어 "가을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질 때 이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참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힘든 농삿일에 지친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위로해 주고 그들의 소원과 희망을 이루어 주기 위하해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지신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을 뵙는 것 같다"고 덧붙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