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수원(아래 연수원)이 초등학교 교사 자격연수 학습평가 때 물통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현장 교사들은 교사들의 작은 권리마저 헤아리지 못하는 교육행정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연수원은 오는 8일 서울시 서초구 연수원 교육동에서 '2023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학습평가'를 실시한다. 평가는 240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 40분까지 100분간 '논술' 한 과목이 진행된다. 초등 정교사 자격연수는 지난 6월 28일부터 온라인 연수, 7월 26일부터 집합 연수를 거쳐 8일 최종 학습평가로 마무리된다.
"연일 40℃ 가까이 육박하는데 규정 타령만"
연수원은 지난 4일 공지한 학습평가 사전안내 자료의 '학습평가 관련 주요 Q&A' 코너를 통해 '평가 시 텀블러나 물통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평가실에는 신분증, 검정볼펜, 교재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면서 물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교사들은 잇달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같은 무더위에 2시간 가까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인 것 같다"라며 "텀블러를 가지고 갔다가 물을 마시면 평가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텐데 왜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공지를 보고 확인 전화를 했더니,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연일 40℃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여전히 규정 타령하는 것이 어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태도 바꾼 연수원 "물 먹게 하겠다"
서울교사노조 정혜영 대변인은 "연수원은 과거 연수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등 권위적인 행태를 보여왔다"라면서 "연수원이 교사들의 작은 권리라도 세심하게 배려하는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수원은 <교육언론창>이 사실을 확인하자 "물 반입을 허용하겠다"라면서 입장을 바꿨다.
연수원 한 관계자는 "예전 평가자가 물을 쏟아 다른 평가자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있어 사전 예방을 위해 물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교사들의 건의가 있는 만큼 물을 소지할 수 있도록 다시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