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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한 당근밭에서 만난 고근홍씨가 침수된 작물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10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한 당근밭에서 만난 고근홍씨가 침수된 작물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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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다 갈아엎을 수도 없고... 속이 타들어갑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휩쓸고 간 10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일대 농가들은 밤새 내린 폭우에 잠긴 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농사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농민들은 새벽부터 밭을 돌아다니며 농작물을 살피기 바빴다. 하지만 이내 침수된 밭을 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좌읍 월정리 당근밭에서 만난 고근홍(67)씨도 태풍의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꺾여버린 이파리를 보며 긴 한숨만 내쉬었다.

고씨는 "잎이 누워있으면 뿌리가 자라지 않고 검게 썩어버린다"며 "9일 낮까지만 해도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잎이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자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고씨는 구좌읍 월정리, 행원리 일대 3.3㏊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번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전체 면적의 30% 정도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이마저도 날이 맑으면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0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한 당근밭에서 한도영씨가 힘없이 꺾여버린 당근 이파리를 어루만지고 있다.
 10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한 당근밭에서 한도영씨가 힘없이 꺾여버린 당근 이파리를 어루만지고 있다.
ⓒ 제주의소리 원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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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읍에서 50여 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도영(71)씨는 일찌감치 실망한 마음을 비우고 피해를 입은 당근밭 복구 작업에 나섰다. 태풍이 염분을 머금은 바닷바람을 몰고 오면서 잎이 말라죽는 조풍(潮風) 피해가 우려되면서다.

한씨는 물기를 잔뜩 머금어 푹푹 빠지는 진흙밭을 거닐며 스프링클러를 거두고 있었다.

한씨는 "이미 누워버린 잎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순을 돋게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농약을 뿌리는 수밖에 없다"며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하루빨리 농약을 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으면 바람이 잦아드는 즉시 물을 뿌려 염분을 제거해야 하지만 태풍이 물러간 이후에도 구좌읍 일대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농민들은 피해 복구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다.

한편 제주도 각 부서와, 행정시, 읍·면·동은 제주지역이 태풍 카눈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이날 오전부터 현장 점검에 나서 농가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있다.
 
10일 오전 제6호 태풍 카눈이 휩쓸고 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밭이 물에 잠겨있다.
 10일 오전 제6호 태풍 카눈이 휩쓸고 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밭이 물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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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태풍 카눈, #카눈, #제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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