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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정책브리핑실에서 장익상 통보관이 태풍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정책브리핑실에서 장익상 통보관이 태풍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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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인다. 편서풍 지대인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를 지날 땐 빠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카눈은) 매우 다른 진로를 보인다. 지향류가 없어 전체적으로 느린 속도로 내륙으로 북진하고 있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느림보 태풍으로 불리는 '카눈'의 진행 경로 관련 질문에 기존의 태풍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분석관은 "태풍이 우리나라 쪽에서 가장 긴 형태로 종단하는 게 문제"라며 "동서와 해역까지 모두 포함해 느리게 가면 영향도 길어지는 만큼 많은 비 피해가 있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카눈의 영향으로 9일부터 이날까지 일부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이틀 사이 300㎜를 넘어섰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양산 상북 333.5㎜, 북창원 331.8㎜, 울산 삼동 295.0㎜가 내렸다고 집계했다. 부산의 경우도 금정구에만 258.5㎜의 비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9시 20분 거제 부근으로 상륙한 태풍은 11시 경남 밀양 남남서쪽 약 20km 부근에서 시속 31㎞의 속도로 북진 중이다. 중심기압은 980hPa, 최대풍속은 초속 29㎧로 중형 규모다. 이날 낮 대구 남남서쪽 약 50㎞ 인근을 지나면 다시 속도가 20㎞대로 느려져 오후 3시 충북 청주 남동쪽 60㎞, 오후 9시 서울 동남동쪽 약 30㎞ 부근을 지날 예정이다.

이러한 속도로 온종일 전국이 태풍의 영향을 받는 건 다소 이례적이다. 카눈은 주변 기압계 영향으로 끌어주는 힘을 받지 못해 과거 태풍과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의 남북을 종단하는 모습은 전례가 없다. 기상 전문가들도 이상 진로라고 입을 모았다.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태풍은) 대개 서해상으로 북상하거나 남해안으로 상륙하면 휜다"라며 "한반도를 반으로 해서 중앙을 잘라서 올라와 북한까지 가는 태풍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 역시 하루 전 브리핑에서 "국제태풍기구에서 재분석한 1951년부터 자료를 봤지만, 남해안에서 상륙해 북쪽으로 관통하는 경로는 공식적으로는 없다"라고 밝혔다.

예측이 어려운 태풍의 경로는 기후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여름철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덥고 습한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 고기압 기단이 지금 상공을 뒤덮고 있어야 하지만 기압계가 계절에 맞지 않게 교란돼 있기 때문이다. 애초 카눈은 중국을 향했다가 일본으로 방향을 돌렸고, 다시 한반도로 이동하며 이른바 '갈지자' 모양을 그렸다. 

기상청은 발달 중인 7호 태풍인 '란'까지 소멸하면 동아시아 기압계가 다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분석관은 세 개의 태풍이 지나면서 앞으로 어떤 기단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기상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낮 기준 6호 태풍 카눈, 7호 태풍 란의 경로
 10일 낮 기준 6호 태풍 카눈, 7호 태풍 란의 경로
ⓒ 기상청 날씨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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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눈#6호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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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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