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8월 10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학교의 "모든 민원은… 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하는 방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다.
'민원대응팀'은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민원처리 유형을 '직접 처리', '해당 교직원 협조 처리', '관리자 배정' 등으로 나누고 대응 매뉴얼을 보급한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교육부는 14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국회공청회'에서 '교권회복 및 보호 종합방안 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여는 공청회다. 이른바 '민원대응팀'이 시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을 전담하는 제도를 두는 것은 많은 교사와 교원단체들이 요구한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구상 중이라는 '민원대응팀'은 학교 구성원의 업무를 가중할 뿐 아니라 학교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공무직을 '민원대응팀'에 넣은 것이다. 교육공무직은 교사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교무행정사(행정실무사, 지역마다 조금씩 이름에 차이가 있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무기계약직이기는 하지만 비정규직이다. 이미 충분히 낮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엄청난 물리적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민원까지 맡게 하는 일은 안 그래도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 이에게 돌덩어리를 더 얹는 잔인하고 반교육적 행태다.
교감과 한 팀을 이룬다고 해도 학교에서 교육공무직과 교감은 수직적 위계 관계에 있다. 결국, 민원 전화를 포함한 대부분 업무가 교육공무직에 떠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학교 안과 밖 모두 민원대응팀이 필요하다. 학교 밖에는 교육지원청이 학교 구성원을 지원하는 팀을 구성하면 된다. 학교 안에도 민원대응팀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교육청이 다시 학교로 민원을 돌리는 일이 벌어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 안 민원대응팀은 교장이 직접 맡아 책임을 져야 한다. 학교장 단독으로 민원을 처리하게 할지 교감과 함께할지는 학교 상황에 따라 여지를 둘 수도 있다. 교감과 교장은 교육 경력이 풍부하며 학교의 전체 상황을 매우 잘 알 수 있는 지위이다. 민원 대응에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하면 민원처리 유형을 굳이 나눌 필요도 없다.
학교장이 책임지고 민원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더구나 일과 시간 동안 수업이 없어 교사들보다 민원 응대가 쉽다. 무엇보다 학교장은 최종적으로 학교의 문제를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으며,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현재 알려진 학교 '민원대응팀' 구성 방안은 학교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면한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학교장이 민원을 직접 맡는 제도 도입은 매우 초보적이고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이다. 여기에 더해 여당과 교육 당국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의 업무가 늘어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 수가 적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나고 강도도 세지는데,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모든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와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행정 지원 인력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교육 재정 투입에 매우 인색했다. 무엇보다 정규직을 계속 줄여왔다. 이윤 계산을 앞세운 기업의 효율성 논리와 닮았다. 그러면서도 단발성 정책을 실시할 때는 엄청난 돈과 관심을 쏟아부었다.
특히 교육은 효율성 계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분야다.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돈은 최대한 아끼면서 기존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을 떠넘기려고 한다면, 학교는 계속 죽음의 시한폭탄을 안고 지낼 수밖에 없다.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일터에서 매년 수천 명의 사람이 죽는 일이 반복되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