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하다. 그런 연유인지 지난 11일 만난 서산연극협회 신미순 지부장의 표정은 무척이나 환했다.
하지만 신 지부장도 연극과의 인연이 처음부터 마냥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매번 녹록하지만은 않았던 탓이다.
"1994년 11월에 극단둥지의 '또 해피엔딩'이란 작품으로 처음무대에 섰어요. 그런데 얼마 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하다 보니 (그 다음) 10여년은 연극과 담을 쌓고 살았죠. 첫 무대가 마지막 무대가 될 뻔 한거죠."
가족 뒷바라지로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마음 한구석이 허해질 때마다 곁눈질로 무대를 바라봤던 신 지부장은, 지난 2005년경 서산연극협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위태로웠던 인연을 다시 붙잡았다. 무대에 서면 삶이 훨씬 행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는지, 행복의 무게만큼 연극 무대는 치열한 희생을 요구했다.
지역에서는 뿌리조차 내리기 어려운 연극의 특성상 1년에 한번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함께 무대에 설 단원을 찾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최우수연기상 수상, 그가 꾸는 꿈의 크기
그러길 10년하고도 몇 해가 지난 현재, 신 지부장은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극단 '둥지' 단원들과 함께 출연한 '천사를 보았다'가 제41회 충남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신 지부장은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관련 기사:
당신 곁의 천사들... 무대 선 드라마극 '천사를 보았다' https://omn.kr/25608).
신 지부장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욕심을 더 부려볼 심산이라고 했다.
"지난 20여 년간 30여 편의 작품으로 무대에 섰어요. 모든 작품을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한 탓에 저 스스로도 프로라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가끔 갈증이 느껴져요. 앞으로도 무대에 설 날이 많을 테니, (추가로) 연극 전공은 어떨지 고민 중입니다."
여기까지가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신 지부장은 서산의 연극발전을 위한 큰 그림 또한 따로 준비 중이다. 지난해 지부장 취임 후 거리음악회와 와유봐유 페스티벌에 최초로 참여해 관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찾아가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또한 젊은이들의 공연 무대를 더 마련해, 서산이란 무대에서 연극의 잔뿌리가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신미순 지부장은 서산의 배우들이 해외에 나가 무대에 서고, 외국 배우들을 초청해 지역에서 좋은 공연을 선보일 날을 꿈꾸고 있다.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수많은 생채기가 생길 것이란 것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내내 환할 것이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이렇다. "무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