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산 개심사 배롱꽃과 연못 14일 서산 개심사에 만개한 붉은 배롱꽃과 연못에 핀 어리연이 별처럼 보인다. 외나무다리를 오가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서산 개심사 배롱꽃과 연못14일 서산 개심사에 만개한 붉은 배롱꽃과 연못에 핀 어리연이 별처럼 보인다. 외나무다리를 오가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 김은진
 
서산 개심사로 배롱나무를 볼 겸, 지난 14일 여행을 다녀왔다. 이 곳에 가니 한여름 노을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는 배롱꽃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무수히 피어 있었고 슬며시 부는 바람이 바로 아래 연못으로 꽃송이를 담아 옮기고 있었다. 

연못 위에는 길지 않은 외나무다리가 걸쳐져 있어, 사람들이 건너 다니길 반복하며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보고 금붕어가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돼 있었다. 작은 어리연은 연못에 있는 듯 없는 듯 간간히 모습을 보이며 한적한 산속에 비치는 작은 별처럼 노랗게 반짝였다.
 
개심사 전경 개심사 사찰의 전경과 만개한 배롱나무가 멋지다. 석축이 반듯반듯한 개심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산속에 있어 조용하였고 석축이 공사가 잘 되어 있어 다니기 편리하였다.
개심사 전경개심사 사찰의 전경과 만개한 배롱나무가 멋지다. 석축이 반듯반듯한 개심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산속에 있어 조용하였고 석축이 공사가 잘 되어 있어 다니기 편리하였다. ⓒ 김은진
 
내가 찾은 곳은 충남 서산 개심사. 개심사는 충남의 4대 사찰 중의 하나로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에 해감국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겹벚꽃과 청벚꽃으로 유명한 곳인데  한 그루 있는 배롱나무가 다른 곳의 배롱나무보다 훨씬 붉고 연못을 끼고 있어 더 운치 있다.

약 2m가 안 되는 높이의 배롱나무가 옆으로 넓게 펼쳐져 있어 바닥에도 꽃송이들이 떨어져 있었는데 흘러내리는 꽃송이는 모래시계처럼 시간을 떨어뜨리고 있는 듯했다. 작열하던 태양이 식어가고, 이 여름도 점차 흘러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사찰과 배롱나무
 
개심사에 만개한 배롱나무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붉은 서산 개심사의 배롱나무를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개심사에 만개한 배롱나무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붉은 서산 개심사의 배롱나무를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 김은진

이 곳은 충청도 이남으로, 따뜻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어 배롱나무가 잘 자란다. 화려한 붉은색의 나무가 왠지 서원과 사찰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많이 심어져 있는 이유는 배롱나무 줄기가 계속해서 껍질을 벗는 것처럼 속세의 때를 벗어버리고 수도와 학문에 증진하라는 뜻이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도 이 뜻을, 배롱나무처럼 '날이 갈수록 새롭게 발전하라'는(일신우일신)' 동기부여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나무 사이에 작은 포도송이처럼 빨갛게 열린 배롱나무는 백일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고 해서 백일홍나무로도 불리며 7월에서 9월까지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여 간지럼을 태워 보았는데 나무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내 손끝이 더 간지러워졌다.

약재로도 쓰이던 배롱나무
 
약재로 쓰이던 배롱나무  예전에 민가에 심어져 위급할 때 지혈, 장염, 혈액 순환 등의 약재로 쓰였다고 한다.
약재로 쓰이던 배롱나무 예전에 민가에 심어져 위급할 때 지혈, 장염, 혈액 순환 등의 약재로 쓰였다고 한다. ⓒ 김은진
 
충청도를 지나다 보면 농가 주택 곳곳에도 배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이는 예전에 약재로 쓰였기 때문이다.

배롱꽃을 햇볕에 말려 사용하면 지혈과 소종의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월경과다, 산후에 출혈이 멎지 않는 증세나 대하증, 설사, 장염 등에 사용하고 외상으로 인한 출혈이 있을 때 지혈약으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배롱나무와 청명한 하늘 14일, 파란 하늘에 걸쳐진 붉은 배롱나무가 한여름의 꿈처럼 피어났다.
배롱나무와 청명한 하늘14일, 파란 하늘에 걸쳐진 붉은 배롱나무가 한여름의 꿈처럼 피어났다. ⓒ 김은진
            
보아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도종환 시 '배롱나무' 중에서

 
개심사의 종루 개심사의 타종을 위한 종각의 모습
개심사의 종루개심사의 타종을 위한 종각의 모습 ⓒ 김은진
   
개심사의 지붕과 배흘림이 가미된 기둥 개심사의 홑처마의 모습과 배흘림이 가미된 둥그스름한 기둥의 모습
개심사의 지붕과 배흘림이 가미된 기둥개심사의 홑처마의 모습과 배흘림이 가미된 둥그스름한 기둥의 모습 ⓒ 김은진
 

#배롱나무#서산 개심사#개심사#배롱꽃#어리연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꽃화분처럼 바라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