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고층 빌딩은 집에 대한 인간의 욕망만큼이나 높이 치솟아 올라 있다. 누군가에게 집은 그저 재테크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중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16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둔리 저수지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조현옥 작가의 책 <현옥 하는 집>의 북 토크가 열렸다. 사회는 이대건 책마을 해리 촌장이 맡았다. 전북 고창에 있는 책마을 해리는 바닷가 인근 폐교를 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책은 책마을 해리에서 편집하고 도서출판기역에서 펴냈다.
책은 작가가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세 번의 셋집을 옮겨 다니며 겪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아직 (내 소유의) 한 평의 집도 없다. 그러나 책에는 수많은 집이 담겨 있다. 그래서 현옥하는 집이고 나의 집이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비록 자기 소유의 집은 아니지만 셋집을 열심히 가꾸고 고치며 손때를 묻혔다.
작가가 셋집을 부지런히 가꾼 이유는 일반적인 소유의 개념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작가는 자비를 들여 셋집에 꽃도 심고 나무도 심었다. 밭이 딸린 집으로 이사했을 때는 직접 농사를 지었다. 집으로 벗들을 초대해 차를 마시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비록 집을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을 모으고 또 사람으로 향하는 집, 어쩌면 작가가 꿈꾸는 집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집은 결국 그 자체로 삶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위안을 받을 수 있고 나만의 감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집은 부를 쌓는 도구 이전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태어날 때 어머니의 자궁은 나의 집이었다. 집이 지닌 의미를 깨달을 때 세상은 좀 더 평온해 진다"고 했다.
물론 작가도 한때는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몸에서 암덩어리가 발견된 이후, 집을 소유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작가는 현재 암 투병 중이다.
"어머니의 집에서 나오는 일이 출생이고 인생의 시작이라면 다시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고 인생의 목적지다. 어느 누구도 이 과정을 피할 수 없고 이 길은 진리다. (중략)
나는 2021년 11월 암 선고를 받고 지금까지 집을 가꾸고 돌보는 일에 열중해 왔다. 이전에 몰두했던 주택이라는 집 개념보다 물리적으로 더 작은 집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영혼의 일도 같은 무게로 다뤄졌다"
끝으로 작가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집은 자신의 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몸은 가장 중요한 집이다. 스스로를 잘 돌볼 필요가 있다. 건축학적인 의미의 집 뿐아니라 몸이라는 집도 잘 가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