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 unsplash
무더운 여름 야외 활동을 자주 하다 보면 원치 않은 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일단 두 손을 펴서 얼굴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는 허리를 낮게 숙인 채 벌집 주변에서 신속하게 달아나야 한다. 이때 무작정 뛰지만 말고 가까운 덤불이나 그늘진 숲이 있다면 들어가는 것이 좋다. 벌은 대체로 어두운 곳까지 따라 들어오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양팔을 마구 휘젓게 되면 화가 잔뜩 나 있는 다른 벌에게까지 자신의 위치를 알려 줄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여 더 많은 공격을 받게 된다.
평소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도 지형 여건상 날개가 달린 벌과의 경쟁에서는 불리하다. 땅속에서 살아가는 벌은 근처에 가더라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말벌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서 걷게 되면 '윙!' 하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주변 경치에 신경을 쓰며 산을 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야생벌에게 몇 차례 침을 쏘이고 난 뒤에야 근처 어딘가 벌집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잦다.
벌들은 평화롭던 자신의 생활 터전이 공격당했기 때문에 난리가 난 것처럼 주변을 경계하고 나선다. 이때 벌은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는 낯선 물체를 향해 인정사정 없이 집중 공격을 가한다. 불청객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들쑤셔 놨기 때문에 벌들은 매우 소란스럽게 움직이며 주변을 경계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조용해진다. 그들도 부서진 집을 빨리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장소로 달아난 뒤엔 비교적 온순한 꿀벌이라고 해서 절대 얕잡아 봐선 안 된다. 몹시 흥분해 사람 몸에 달라붙은 벌은 무조건 앞으로 전진하려고 한다.
특이하게도 사람 머리카락이나 옷 속으로 파고든 벌은 스스로 기어 나오질 않는다. 때문에 몸에 달라붙은 벌은 손으로 비비거나 때려야 한다. 사람 몸에 달라붙은 벌은 이미 침을 쏘았거나 앞으로도 쏠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대한 빨리 없애는 것이 안전하다. 게다가 벌은 죽어서 움직이지 않더라도 사람 몸에 박힌 침은 한동안 살아 움직이며 계속 안으로 파고든다. 모든 꿀벌은 침을 한번 쏘고 나면 투명한 독물 주머니가 꼬리 부분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온다.
침을 쏜 벌은 한동안 특이 사항 없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죽는다. 이처럼 벌을 쫒고 떼어 내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에도 침을 쏘이게 된다. 필자는 그럴 때 벌에 쏘인 부위를 겉옷 위로 스치듯이 재빠르게 문지를 것을 추천한다. 많은 봉독이 사람 몸에 침투하기 전에 벌침을 최대한 빨리 빼내기 위해서다. 방송에선 명함이나 신용카드로 벌침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한참 뒤의 이야기다.
일단 벌에 쏘였다면 최대한 빨리 벌침이 몸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지갑 속에 있는 얇은 카드를 찾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양봉업 종사자가 매일 수십 차례 벌에 쏘이면서도 멀쩡할 수 있는 것은 빠른 벌침 제거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다. 벌에게 쏘인 부위를 눈으로 직접 보면서 뭉툭한 손가락으로 침을 뽑으려고 하면 늦다. 따끔함과 동시에 옷에 대고 문지르는 것을 추천한다. 핵심은 벌침 뒤 좁쌀 크기의 투명한 독주머니에서 사람 몸으로 독이 침투할 시간을 주지 않고 빨리 제거하는 일이다.
양봉가는 벌을 화나지 않게 다루는 방법과 쏘인 벌침을 빨리 제거하는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에 많이 부어오르지 않을 뿐이다. 이런 기술을 안다고 해서 모든 벌에게 같은 방법을 써먹으려고 해선 절대 안 된다. 야생 땅벌이나 말벌의 공격을 받았다면 무조건 안전한 장소로 피하면서 몸에 달라붙은 벌을 제거해야 한다. 이 녀석들은 꿀벌처럼 침을 한번 쏘고 난 뒤 꽁무니가 빠져 죽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여러 차례 침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줄이려면 산행 때는 화려한 옷을 입지 않고 향수 등 향이 강한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술을 마신 사람은 행동이 굼떠서 벌을 만났을 때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음료나 사탕을 먹었을 땐 입술 주변에 당분이 묻어 있지 않게 물로 잘 닦는다. 특히 머리카락 속으로 벌들이 못 파고들게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