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던 김형문씨.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멋진 남편의 모습이 사라졌다며 실망하는 아내의 말에 자극을 받은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길을 걷게 됐다. 키 183cm, 몸무게 75kg인 김형문씨는 현재 시니어 모델로 활동 중이다.
"어릴 때는 큰 키 때문에 놀림도 받았는데 오히려 이걸 이용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찾다보니 모델을 하게 됐죠."
백화점문화센터에 등록해 모델입문과정을 거친 김형문씨는 시니어모델 전문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후 두각을 나타낸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김형문씨는 자세교정, 워킹, 포즈 등의 훈련을 통해 원석이 다듬어지듯 모델로서 빛을 발하게 된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무대에 서게 된 김형문씨는 슈퍼탤런트오브더월드 패션위크 참가(2021), 캐나다 밴쿠브SS패션위크 참가(2021), 월드스타 시니어 슈퍼모델패션쇼 대상·드라마감독상 1위(2022), 제1회 황제·황후선발대회 공작위수상(2022), 한국남자모델선발대회 최우수상(2022), 한국시니어모델선발대회 금상(2022)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쌓으며 이름을 알렸다.
대회 수상은 물론 모델 자격으로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해외 패션위크에 참여하는 것도 그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모델이 그런 거잖아요. 내 몸보다 내가 입은 디자이너의 의상을 더 빛나게 하는 사람. 디자이너가 자신의 옷에 꼭 맞는 모델로 나를 선택해 준다는 건 정말 영광이거든요."
모델로 살아가는 김형문씨는 체격과 체력을 갖춰야 좋은 모델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헬스, 등산, 축구, 수영 등 운동은 물론 자세교정, 워킹도 꾸준히 연습한다.
"내 몸이 옷에 맞도록 최대한 관리를 해야죠. 예전엔 키만 컸지 이런 몸이 아니었죠. 식단관리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다이어트를 했어요. 매일 몸 관리를 하지 않으면 힘이 확 풀려요."
"이 악물고 살아온 지난 날... 이젠 잘할 수 있는 거 하면서 살아요"
모델의 삶에 열정을 쏟는 그는 공무원 현역시절도 후회없이 보냈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함양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총무처특별채용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던 김형문씨는 농수산부 농산국 식물방역과(현 농림축산식품부)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40여 년 근무 후 부이사관(3급)으로 퇴직했다.
수석 합격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공무원 시절 이력도 화려하다. 무역자유화로 외국 농산물이 개방되던 때 바나나, 칠레포도 검역을 책임졌다.
"함양 촌놈이 사돈에 팔촌 아는 사람 없는 데서 일하려니 쉽지 않더라구요. 이 악물고 했죠. 그러니 퇴직한 후엔 하고 싶은 거, 잘할 수 있는 거 다 하면서 살잖아요."
퇴직 후 모든 자리를 물리치고 고향행을 선택하기까지 한 치의 고민도 없었다. "나는 함양을 너무 사랑해요."
현재 지곡면 행복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김형문씨는 지곡면주민자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곡면은 개평한옥마을이 있어서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그 외에도 백암, 행복마을... 괜찮은 마을이 많아요. 지곡면을 위해 다양한 사업도 하면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찾아 마을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함양이 너무 좋다는 그는 모델 활동을 하면서 함양을 홍보하고 싶다고 했다. 해시태그 '함양', '지리산'을 사용하는 지리산농부모델 김형문씨. 그에게 시니어라는 수식어는 필요없다. 모델 김형문씨는 지금 '인생2막 김형문 런웨이'에 당당하게 서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