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아내가 전어회를 사 왔다. 제주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처음이다. 아내의 고향은 전남 광양이다. 추석 연휴인 8~9월에 광양에 가면 싱싱하고 살아있는 전어를 먹을 수 있어 제주에서는 돈 주고 사 먹지 않는다.
"다음 달이면 광양에서 전어 먹을 수 있는데 왜 사 왔어?"
"24일부터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하잖아. 찝찝해서 먹겠어? 이 전어회가 내 생애 마지막 전어회가 될 수도 있잖아. 그래서 샀어."
아내는 그토록 좋아하는 전어회를 더는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저녁을 준비하는 내내 일본 총리와 한국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했다.
겨울에 처가인 광양에 가면 꼭 벚굴을 아이들과 구워 먹는다. 구워 먹다 남은 굴은 장모님이 생김과 함께 '김국'으로 만들어 주신다.
결혼하고 처음 처갓집에 갔을 때는 '김국'의 맛을 몰랐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먹는 뜨끈한 '김국'은 쓰린 속을 보듬어 준다. 특히 매운 것을 못 먹는 나에게는 최고의 해장국이다.
일명 '섬진강 벚굴'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 유명하다. 광양 주변에는 제주에는 찾아볼 수 없는 뻘밭도 있어 해산물도 훨씬 다양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방학 때마다 꼭 외가에 가자고 조른다.
장모님은 광양전어축제 때마다 마을 부녀회와 함께 참여하신다. 그런데 올해는 방류 다음날인 25일부터 축제가 열린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모님 뿐만 아니라 지역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마다 뒤숭숭하다.
정부와 일본은 '과학·기술적 문제 없다', '안전하다'면서 '가짜뉴스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제는 방학이나 연휴에 광양을 가도 전어회나 벚굴, 김국을 더는 먹지 못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야 '회 맑게' 먹을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 먹이고 싶지 않다. 결코 가짜뉴스 때문이 아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니 아빠인 나라도 아이를 지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