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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격해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웠던 '육사 이전' 공약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29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관련해 육사 이전 공약이 언급됐다. 

기자 : "육사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입니다.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이고요.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육사 교장이 이런 대통령의 공약을 모를 리 만무한데, 이전 계획이 아닌 현 공릉동 캠퍼스의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건 통수권자의 공약 추진을 전면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실행하려는 것인데, 이런 게 집단항명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가능하다면 육사가 작성한 종합발전계획을 공개해주시고 아울러 육사 이전 공약은 어떤 상태인지 설명해주십시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 : "육군 공보과장입니다. 조금 전에 육사 종합발전계획과 관련해서 육사 이전이라는 공약과 연결해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고, 따라서 추가로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현재 육사는 그 이전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육사 종합발전계획으로서 교과과정이라든가 기념물에 대한 재정비 부분들을 자체적으로 현재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기자 : "저도 그러면 과장님 말씀에 동의할 수 없는데요. 이전을 해야 될 기관이 이전하면 어차피 기념물이나 이런 것들이 다 재정비돼야 될 텐데 굳이 이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이것을, 이것부터 하는 건 예산 낭비가 아닌가요?"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 :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육사 이전을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 
 
 2022년 2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충남 지역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년 2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충남 지역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충남 논산시에서 태어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충남의 아들'을 자칭하며 육사 이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지사도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육사 계룡·논산 이전 공약을 내세웠다. 

충남 지역에서는 지방균형 발전과 국방 인프라, 육사의 열악한 시설을 이유로 육사가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균형 발전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등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국방기관들도 서울을 떠났다. 서울시 대방동에 있던 공군사관학교는 1985년 충북 청주로, ROTC(학군사관후보생)을 교육하는 학생군사학교는 2011년 경기도 성남에서 충북 괴산으로 이전됐다. 현재 육사만 유일하게 서울에 남아 있다. 

육사 유치에 적극적인 논산시는 국방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논산 육군훈련소와 국방대학교가 있고, 계룡시에는 3군본부가 있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와 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방 관련 산학연 30여 개가 있어 연구와 학문교류가 용이하다고 홍보한다. 

현재 육군사관학교의 시설이 노후화됐고, 서울 도심권에 있어 민원 등의 이유로 사격 등 제대로 된 전투 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육사 이전의 이유로 꼽힌다. 

특히 일부 노원구 주민들은 육사가 이전하고 부지에 아파트나 녹지공원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사 이전을 반대하는 육군 장성들과 육사총동창회 

이재명 대선 후보도 '육사 안동 이전' 공약을 내놓을 정도로 '육사 이전'은 정치권의 큰 화두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군 장성들과 육사총동창회는 육사 이전을 거세게 반대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육사는 국군의 뿌리다. 우리 군의 성지와 같은 곳이기 때문에 이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도 "육사 이전은 현 정부 국정과제 120개에 포함되지 않은 공약"이라며 "육사 이전에 대한 검토나 논의를 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육사총동창회도 입장문을 통해 "육사의 지방이전 주장은 지방이익과 정치목적에서 나온 일시적인 요구로, 절대 부당하다"면서 육사 이전을 전면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육사총동창회는 지난해 11월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충남 이전·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난입해 찬성하는 측과 몸싸움을 벌였다. 

육군 수뇌부의 육사 이전 반발에 대해 '육사충남유치위'는 "육사 이전은 분명한 대통령 공약"이라며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모시고 국방을 책임지는 이들이 이 약속에 반대하는 것은 국군통수권자에 대한 항명"이라며 규탄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계기로 떠오른 '육사 이전'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는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 지사는 전날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도 아닌데 철 지난 이념논쟁으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보수 진영과 보수 언론에서 홍범도 장군의 좌익 전력을 문제 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김 지사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특히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 공원에는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더욱더 의문이 든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발언이 그동안 충남에서 추진하는 '육사 이전'과 연관성이 있다는 해석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는 '육사 이전'이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원구청이 홈페이지에 올린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관련 음악회 장소 변경 공지
▲노원구청이 홈페이지에 올린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관련 음악회 장소 변경 공지 ⓒ 노원구청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육사가 위치한 노원구는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을 맞아 육군사관학교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경춘선 숲길 가을음악회' 장소를 서울과학기술대로 바꾸기로 했다.

노원구는 29일 구민들에게 발송한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뿌리는 임시정부다. 우리 국군의 뿌리 또한 독립군이라는 것은 정부와 국방부 모두 공식 인정한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갑작스러운 독립군 흉상 이전 소식에 노원구민들은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군과 주민의 대화합'이라는 우호의 날 행사는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부득이 취소하게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육사는 흉상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영웅들의 흉상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육사 출신 예비역 장교 사이에서는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오히려 '육사 이전'을 부각시켜 역풍을 맞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맞서 '육사 이전'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홍범도 장군 #육사#육사 이전#윤석열#김태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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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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