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인권·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30일 유엔특별보고관에 윤석열 정부의 집회·시위 자유 제한에 대한 우려와 억압 정책 중단 권고를 요청하는 긴급 청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아래 자유권 규약) 가입 협약 당사국으로서, 자유권 규약 준수를 권고 받고 있다.
이번 청원의 집필과 번역을 담당한 전은경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국제연대 선임간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퇴하고 있는 한국의 집회 시위 자유에 대해 특별보고관이 관심을 갖고 권고 내리길 요청드린다"면서 "정부 역시 유엔 자유권 규약 당사국으로서 (집시 자유 보장을 위한) 규약을 존중하고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구제 조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청원의 수신 대상은 평화적 집회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아래 집회 자유 보고관)과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두 대상이다. 전 간사는 "집회 현장에서 공권력의 인권 침해 감시 역할을 하는 인권 옹호 활동가들에게도 물리력을 행사하고 소환장을 보내 활동가들의 활동을 위축하기에 (집회시위 특별보고관과) 함께 같이 보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6년에도 집회 자유 보고관이 직접 한국을 방문, 정부의 집회시위 자유 억압 상황을 점검한 뒤 '권리 후퇴' 상황을 유엔에 보고한 바 있다.
2016년 집회 권리 '후퇴' 발표한 유엔특별보고관, 2023년 한국에는?
청원에는 집회 시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의 집회 시위 제한 및 금지 통고 사례와, 정부와 여당의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상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경찰의 경우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 금지 ▲집시법 제12조(교통 소통 목적 제한) 금지 통고 확대 적용 ▲비폭력 집회 강제 해산·폭력 진압·문화제 및 추모제 강제 철거 ▲집회 진압 기동 연습 재개·캡사이신·살수차 등 위해성 장비 재도입 시도 ▲집회 주최자 및 참가자 대한 수사와 사범 처리 압박 ▲집회 진압 경책 면책 추진 등을, 당정의 경우 집회 자유 축소 법률 및 시행령 개정 ▲야간집회 금지 개정 시도 ▲대통령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 구역 개정 추진 등의 상황이 전달될 예정이다.
"경찰은 금지 통고하고, 주최 측은 집행 정지 신청하고, 법원에서 인용되어 (결국 예정대로) 집회하는 무한 굴레에 빠져들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인권 감시활동을 벌여 온 랑희 공감대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산 이전 이후) 대통령실 인근 집회는 지금도 집회 신고하면 경찰이 금지 통고하고, 주최 측은 법원에 경찰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법원은 (정지 신청을) 인용 결정한다"면서 "자유를 외치는 대통령이 근무하는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 자유가 멈추는 상황이 현재 발생 중이다"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 통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현실도 전했다. 랑희 활동가는 "진압훈련부터 6년 만의 캡사이신 등장, 살수차 언급 등의 변화는 일선 경찰에게 집회 대응을 강도높게 하란 메시지로 전달되고, 시민에게 집회는 통제해야 할 위험이고 나쁜 행위라는 메시지를 준다"면서 "집회 권리 침해는 단지 집회 하기 어렵다는 문제만에 멈추지 않고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말할 수 없게 되며, 많은 시민권리가 무너지게 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상임활동가는 집회 현장에서 인권활동가들이 겪는 활동 제약 상황을 전했다. 명숙 활동가는 "시민과 노동자뿐 아니라 인권침해를 감시할 인권 활동가, 변호사들에게도 소환장을 날리고 있다"면서 "감시하는 사람도 경찰에 형사처벌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활동가들에게도)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는 유엔인권기준에 따라서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행정법원의 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지켜 본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최근 대통령실 앞과 서울 도심 주변 등 여러 관련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현 정권에서 이뤄지는 집회 시위에 대한 전방위 탄압은 특정 단체에 국한된 것이 아닌, 대한민국 시민 한 명, 한 명에 대한 기본권 행사 탄압이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지난 21일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사실을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집시법 위반으로도 구속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는 현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해당 영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기본 사실 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증거 상당 부분이 확보돼 증거 인멸,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도로법 위반 등 일부 범죄의 경우 법리적 다툼의 여지도 있다"고 봤다.
한편, 긴급 청원은 특별보고관이 신뢰성을 검토한 후 정부에 대해 관련 사항을 질의하고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볼 경우, 서한을 통해 국제 기준에 따른 조치와 인권침해 중단 요청도 보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공개 성명이나 긴급조치가 요구되기도 한다. 전은경 간사는 "오는 10월 5차 자유권 심의 심의가 열리는데, 이때 (접수된) 집회 시위 관련 내용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