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일제의 속국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제의 식민백성이 아니다. 왜 그토록 일본의 편이 되어주지 못해 안달하는가? 뼛속까지 친일반역매국노들아!"
슈퍼문이 거리를 비춘 8월의 마지막 밤. 대전 도심 한 복판에 대전작가회의 김채운 시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31일 평화나비대전행동과 민주노총대전본부가 주최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 일본정부 동조하는 윤석열정부 규탄 대전시민 촛불행동'에서 김 시인은 시낭송을 통해 지구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일본과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보다는 일본 편들기에 급급한 윤석열 정부를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는 "반인륜적 반환경적인 일제의 만행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면서 "당장 멈추어라, 세계 해양의 평화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를! 인류의 멸망을 앞당기는 끔찍한 짓거리를 지금 즉시 거두어라"고 외쳤다.
이에 촛불과 함께 '핵폐수 해양 투기 중단', '일본 대변인 윤석열 OUT!'이라는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든 100여명의 시민들은 크게 환호하면서 "인류재앙 부르는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성서대전 김기중 실행위원(목사)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기독교는 9월 한 달을 창조절로 지키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하늘과 땅, 바다, 그리고 지구를 잘 지키고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데 요즘 저는 너무나 허망하고 비통하다. 울화통이 터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은 채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폐로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노심이 건물 외벽을 뚫고 나갔는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다. 원전 내부에는 초강력 방사선이 아직도 방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염수 처리시설을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윤석열 정부는 분명 욕망에 눈과 귀가 멀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저는 하나님의 심판을 부르짖는다"면서 "자신들의 이권만 챙기며 백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위정자들은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저의 아이들에게 오염된 바다가 아닌 아름다운 바다를 반드시 물려줄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회개하고, 일본은 오염수 방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촛불행동에서는 병원에서 방사선을 다루는 의료진이 발언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 대전을지대병원지부 김일환 사무장은 "일본정부는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자로 냉각에 사용되어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등의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100만 톤이 넘는 핵오염수를 지난 8월 24일부터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며 "일본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는 결국 육지에 보관하여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돈이 덜 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정부는 다핵종 제거설비로 처리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이 장비는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삼중수소는 제거하지 못한다.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생물체 밖에서의 외부 피폭시 생물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나, 오염된 생선 등의 섭취 등 여러 경로로 일단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세포내에서 머무르며 다른 세포에 연쇄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이는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보다 약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생물 유전자 등에 손상을 미치는 더 위험한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그 외의 세슘 등 방사선 물질도 원전사고 초기에는 제거설비의 잦은 고장 때문에 현재 보관된 오염수의 약 70%는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태"라며 "세슘이 뼈에 축적될 경우 배출이 잘 안될뿐더러 오랜 기간 방사능을 내뿜으며 스트론튬과 함께 아주 적은 양으로도 골수암, 폐암, 백혈병 등을 유발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하는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대통령실 예산으로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안전하다는 홍보영상까지 제작하여 일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우리의 대통령이기를 스스로 거부한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촛불행동에서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떠나라'와 '격문' 노래공연도 펼쳐졌으며, 집회 마지막 순서에는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국민생명안전 위협하는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하라", "국민생명안전 외면하고, 일본정부 대변하는 윤석열정부 규탄한다", "윤석열정부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은하수네거리에서 정부청사네거리까지 행진 한 뒤,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행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