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가 230여 년을 다스렸던 땅 연해주, 한인들은 주인 없는 땅에 계절 농사를 지으러 왕래했다. 그러다 일제의 침략이 시작되자 망명가나 독립운동가들이 연해주로 몰려들었다. 1905년 을사조약 후 연해주는 러시아 한인 민족 운동의 주요지역이 된다.
1918년 일본이 연해주를 점령하자, 연해주에 살던 이들은 독립군을 만들어 항일투쟁을 한다. 1919년 3월 1일 한반도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후, 연해주에서도 한인들이 만세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한 일본의 한인 탄압은 무자비했다. 1920년 4월 일본군이 신한촌을 습격하여 한인 수백 명이 희생당했다.
1922년 러시아가 일본을 연해주에서 물리친 후, 레닌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소련)을 탄생시켰고, 신한촌도 그 중 하나였다. 신한촌에 살던 고려인들은 '까레이스키'로 불렸고, 1937년 연해주에서 18만여 명이나 되는 까레이스키들은 강제 이주 열차에 태워졌다.
(문숙영,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프롤로그' 정리).
뉴라이트의 복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군 홍범도함의 명칭 변경, 공산주의자 홍범도'
이런 기사 제목들을 보면 지금이 일제시대인 것같기도 하고 친일파들이 다시 부활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 후 한미일 삼각체제의 공조강화와 북한에 대한 강경책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일 공조를 위해 국가적인 자존심과 이익이 훼손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윤 대통령과 여당은 일본보다 더 일본 같은 행태를 보여주었고, 동해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일본해' 표기에 대해서도 함구하더니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며 이념전쟁을 도발하고 있다. 이념은 뒤로하고 민생을 우선으로 챙기겠다던 윤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가고 이념 정쟁만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광주광역시 고려인 마을
광주 광역시에 있는 '고려인 마을' 홈페이지 소개란을 보면 '고려인, 까레이스키'가 어떤 역사를 살았으며, 우리와 한 핏줄이고 우리가 품어야할 이들인지를 알 수 있다.
'저희 고려인은 일제 강점기 '국권을 회복하겠다'는 일념으로 가산을 정리한 후 어린자녀들의 손을 잡고 피눈물을 흘리며 정든 고향을 뒤로한 채 러시아 연해주와 북간도로 떠났던 여러분의 소중한 핏줄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 고려인의 후손이지만 황무지를 개척했던 조상들의 피가 흐르기에 조상의 땅 광주에서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정부지원도 없고, 관심도 없고,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는 것도 알아주지 않지만, 우리의 힘으로 이땅을 개척해 나가려 합니다.'
홍범도 장군 역시도 까레이스키였으며, 당시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공산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어떤 종파에 속해있든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로 대별될 뿐이었다.
그런데 2023년, 느닺없이 홍범도 장군에게 '공산주의자'라는 죄명을 씌워 흉상을 철거하고 역사에서 지워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나라를 일제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사지로 내몰면서까지 헌신했던 이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이들의 천박한 역사인식을 본다.
최소한 역사를 왜곡하는 정권은 되지 말아야
현 정권과 집권 여당은 지난 16개월 동안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했겠지만,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속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16개월 동안 차마 말하지 못할만큼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있어서는 안 될 참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변명과 책임없는 자세로 일관했다.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역사마저도 왜곡하려는가?
일본은 지금도 자신들의 죄과를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왜 한국정부가 그들의 역사인식에 동참하려고 하는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역사관마저도 지지하고 홍보하려는가?
일제강점기, 홍범도 장군이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가?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였을 터이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스스로 홍범도 장군을 지워버리고 한다. 친일파 정권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결정을 되돌려라. 그래야 민족의 정기가 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