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 이후 투기 방지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이후, LH 내부 직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의심 거래가 또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 등에 수사 의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LH가 내부 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혀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 LH 전관 업체가 설계·감리를 맡은 아파트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조직 쇄신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효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5일 서울 종로구에서 'LH 임직원 투기 방지 혁신안 이행 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철근 누락 아파트로 국민 분노가 어마어마한 상황"이라며 "지난 10여년 동안 주무 부처에 개혁 의지가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내놓은 혁신안에는 시작부터 근본적인 개혁안이 빠졌고, 이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이행 과정도 국민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이것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전면적인 쇄신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물량의 개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이 2021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정 이후 올해 1월 2일까지의 'LH 임직원의 이해충돌 신고 내역·심사 결과'를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LH는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의 경우 '0건'으로 통보했다. 또 사적 이해관계자의 신고는 24건, 직무 관련자와의 거래 신고 0건,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 0건 등이라고 밝혔다.
LH 자체 적발건수는 0건…숨기던 국토부는 '4건' 뒤늦게 공개
그러면서 LH는 "처벌 등 상세 내역은 정보공개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개인정보 주체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비공개했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경실련이 심상정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국토부의 '2021년도 LH 임직원 부동산 거래 정기조사 설명자료'를 보면, 미공개 정보 이용 의심 건이 4건으로 기재돼 있었던 것. 국토부는 이 가운데 2건은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고, 나머지 2건에 대해선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다고 통보했다.
서휘원 경실련 사회정책국 팀장은 "국토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 때 '공정한 업무 수행 지장' 등을 이유로 비공개 처분해 심상정 의원실을 통해 이 내역을 입수할 수 있었다"며 "(이마저도) 2021년, 2022년 정기조사 자료를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2021년 자료만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LH는 0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4건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해충돌 방지를 강화하겠다는 조치가 자진 신고에 그친 법적 한계도 있었지만, LH도 제대로 적발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도 "재산공개 대상자에 LH 임직원이 포함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심사 자료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LH 퇴직자 가운데 재취업 심사를 받은 21명 중 불가 판정을 받은 이는 단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 위원장은 "퇴직자 재취업 심사 관련 대상 기업의 기준이 자본금 10억 이상, 연간 거래액 100억원 이상으로 돼 있어 대부분 회사에 아무런 제한 없이 LH 퇴직자들이 취업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전관특혜근절특위' 상설 운영 제안"
이날 경실련은 3기 신도시 사업 등 대규모 주택 개발 사업에서 LH를 배제하고, 분양원가 등 행정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대통령 직속 전관특혜근절특별위원회를 상설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조 위원장은 "LH가 무분별하게 땅장사, 집 장사를 목표로 하는 신도시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며 "3기 신도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LH는 이런 사업에서 제외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LH 개혁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공직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전관 특혜 근절과 LH 쇄신을 위해 대통령 직속 '전관특혜근절특별위원회'를 상설 운영하고, 국회도 LH 개혁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또 LH는 분양원가, 자산 현황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경실련이 건설원가 공개 행정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 LH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