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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 부산시교육청에 교사 2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부산 교사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 부산시교육청에 교사 2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부산 교사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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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서이초 선생님 49재를 맞아 '공교육 멈춤의 날' 이후로 학교 내 갈등과 교사들의 피로감이 지속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각 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휴업일 지정 등의 합법적 교육과정 변경 운영이 계획됐다. 그러나 행사를 며칠 앞둔 8월 말, 교육부의 강경 징계 방침과 이를 구체화한 교육청의 지시로 학교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학교 관리자들은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일방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변경 전으로 되돌렸으며, 연가와 병가를 쓰는 교사들은 졸지에 불법 행위를 하는 무리가 됐다. 파면이나 해임의 징계를 받게 될 대상으로 표현된 안내장이 발송됐다.

교사들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결과적으로 교육부, 교육청은 학교의 교육과정 변경을 '불법'이라며, 파면, 해임 등의 징계 협박을 통해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교육당국은 당일 연가는 물론이고 병가도 모두 불법이며 결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9월 4일 당일, 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병가를 허가하겠으며, 어떤 징계도 없다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6일 이상이 아니면 제출 의무가 없는 진단서를 요구하는 등 기존의 규정에 반하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미리 만반의 대비를 하며 혼란없이 9월 4일을 준비했던 학교 현장은 교육당국과 교장들의 독단적 결정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당일 준비되지 않은 수업을 통한 혼란도 문제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교장·교감 등 관리자와 교사들 사이의 크나큰 불신과 갈등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들의 분노어린 질타에 교장·교감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징계를 감수할 자신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애써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며 버티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의 협박에 분노했지만, 관리자들의 책임감 없고 비민주적인 행동에 대해 큰 실망과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앞으로 학교 안에서의 민주적 결정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와 불신이 팽배해졌다. 이런 상황에 또다시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고 있어 교사들의 슬픔과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파면, 해임, 불법 운운하던 교육부·교육청은 언제 그랬냐는 듯 느닷없는 교권 관련한 공문을 쏟아내고 있다. 

법무부장관은 "현장 교사들이 교육적 판단을 함에 있어서 위축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아동학대 관련 형사법 집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 등 유관 부처와 아동학대 조사·수사 등 법 집행 개선을 위한 공동전담팀을 구성했고 관련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불법'에서 세상 공손한 '존중'의 대상이 되니, 그 얄팍한 처세에 그만 참담한 심정이 되고 만다.

학교 현장이 난리통이 된 데에 교육부와 교육청의 초법적·위법적인 협박과 불법적 지시가 중요한 원인이 됐다면, 또 다른 중요한 다른 원인은 이와 같은 지시에 자유롭지 못한, 철학도 고민도 없이 오직 자신의 자리만 중요한 교장·교감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승진할 수밖에 없는 인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장에게 받는 근무평정에서 전체 교사들 중 매년 '1등'의 평가를 받아야 승진 대상이 되는 웃지 못할 원칙이 교육계 승진 구조의 핵심이라면,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자기 주관을 똑바로 가지고 교장의 행보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승진대상이 된 사람을 나는 23년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이런 관리자들을 두고 '학교 민주화'는 애초 말도 안 되는 코미디다.

교장·교감들의 정서 인식과 조절 능력, 복잡한 갈등의 해결능력 같은 사회정서지능을 측정했을 때 상위에 기록될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 것인가. 단언컨대 일반 교사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일 것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세상의 변화와 무관한 수직적 복종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이 승진구조를 단단하게 장악하면서 학교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교원단체에서 줄곧 문제제기 해왔던 승진구조의 문제는 이제 사회적 이슈로 다뤄져야 한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에 공분한 교사들의 문제의 해답을 의논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연'의 블로그에 함께 게시되었습니다.


태그:#승진구조, #공교육_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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