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취임 후 5번째 검찰 출석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석 직전 수원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며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고사성어)"이라고 말했다.
단식 10일 차인 이 대표는 9일 오전 국회를 떠나 오전 10시 20분께 수원지검에 도착했다.
취재진 앞에 선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국정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무십일홍'을 언급하며 "권력은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잠시간 뿐이다"라면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라고 했다. 취재진의 이어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10여 명 함께 나와... "권력 퇴행 막겠다"
이 대표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로부터 받는 피의자 신문 조사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실 여부를 이 대표가 인지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 있다. 검찰이 관련 의혹으로 이 대표를 입건한 혐의는 '제3자 뇌물'이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겨냥, "정치 검찰을 악용해 조작과 공작으로 잠시 숨기고 왜곡할 수 있겠지만 진실은 영원히 가둘 수 없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도 윤석열 정권과 검찰을 향해 날선 비판을 던졌다. 그는 "국민의 삶이 더없이 힘들고 어려운 때도 오로지 정적인 저를 제거하는 데만 온 힘을 다하는 윤석열 정권"이라면서 "검찰이 정치 최일선에 나서며 공권력은 집권 세력 전유물로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실종되었다"고 썼다.
이 대표는 또한 이 입장문에서 "줄다리기 승부하자면서 온갖 권력 동원해 줄을 빼앗으니 야당으로서는 국민과 함께 싸우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무도한 권력의 폭력과 퇴행을 막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홍범도 장군 육사 흉상 철거 논란,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은폐 의혹 등 최근 불거진 논란을 언급하며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주권까지 빼앗으려는 정부, 국민들에게 전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정권"이라면서 "정권 무능과 국정 실패를 가리고 국민을 속이려는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맞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수영 시인의 시 <폭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캄캄한 어둠이 지배했던 독재시절에도 시인 김수영은 노래했다"면서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는 시구 등을 인용했다.
민주당 "추석 밥상에 이재명 체포동의안 이슈 올리겠다는 술책"
앞서 이 대표는 검찰청 정문 앞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의 출석 현장에는 민주당 원내지도부 등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나왔다. 우원식, 조정식, 정청래, 김영진, 박홍근, 박찬대, 이수진(비례), 양이원영, 문정복, 박상혁, 이학영, 이해식, 임종성, 이용빈, 최기상, 천준호 등 의원들은 이 대표와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의 출석 요구를 "추석 밥상에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이슈를 올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추악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대장동, 성남FC, 백현동에 이어 대북송금 의혹까지 윤석열 정권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정운영으로부터 국민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를 제물로 삼았다"면서 "변변한 물증 하나 제시 못하고 오히려 검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원지검 일대에는 이른 오전부터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연단에 선 이 대표의 한 지지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자필 진술서를 통해 검찰에 방북 추진 요청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허위'였다고 밝힌 내용을 낭독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이화영 "검찰 지속적 압박에 허위진술" 진술서 법정 제출 https://omn.kr/25jtz).
이들은 "야당 탄압 검찰 스토킹 중단" 등의 손팻말을 들고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멀지 않은 거리 맞은 편에선 보수성향 유튜버 등이 맞불로 "이재명은 반국가 세력" 등 이 대표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