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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회복과 강화를 위한 국민의힘-교원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회복과 강화를 위한 국민의힘-교원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도 갖추지 않은 선동을 한 셈 아닌가?" -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국민의힘이 밴드 자우림의 보컬인 김윤아를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집권여당이 특정 연예인 개인을 공격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인촌 대통령비서실 문화특별보좌관이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상황과 맞물리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광범위하게 자행됐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단은 김윤아씨가 X(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김씨는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난달 24일, 본인의 SNS 계정에 "RIP(Rest in peace) 지구(地球)"라는 문구가 쓰인 이미지를 포스팅하면서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라고 적었다. 그는 "블레이드 러너 +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라며 "방사능 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그는 물의 순환 과정을 묘사한 이미지와 함께 "중학교 과학, 물의 순환, 해양 오염의 문제는 생선과 김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국한되지 않는다"라며 "생선을 앞세워 최악의 해양 오염 사태는 반찬 선택 범위의 문제로 한없이 작게 찌그러진다"라고도 꼬집었다.

김기현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기가 막히는 일"

그러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뒤늦게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축사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낡은 이념에 매몰되어 버리게 되면 문화는 특정 이념이나 특정 정치 세력의 포로가 되기 때문에 그와 동시에 문화는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또한 우리의 역사"라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투사인 척 행동하지만, 알고 보니 실제로 북한의 인권이나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입도 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율배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때 어떤 배우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 넣겠다'라고 하면서 개념 연예인이라고 하는 평가가, 그게 무슨 개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기가 막힌 일들을 눈으로 목도한 바도 있었다"라고 날을 세웠다. 과거 한미 FTA 반대 집회가 격렬했을 당시, 공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의사를 밝힌 연예인들을 저격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또 어떤 밴드의 멤버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후에 '지옥이 생각난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서 또 '개념 연예인이다' 이렇게 얘기하더라"라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장예찬 "연예인이 무슨 벼슬? 일본 가서 회 맛있게 드셔 놓고..."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해당 발언이 거센 반발을 일으키자,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나섰다. 그는 13일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우림 김윤아씨든 누구든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공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된다는 걸 깨달으면 좋겠다"라고 재차 공격했다.

그는 "정말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도 갖추지 않은 굉장히 자극적인 선동을 한 셈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국민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지"라고 비난했다.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아무런 책임도 안 져야 되나?"라며 "그런 시대는 끝났다"라고도 못을 박았다.

이어 "말은 다 해도 된다. 다만 그 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되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지옥이 된다'는 둥 본인은 후쿠시마 2011년 사고 이후에 일본에 직접 가서 스시나 회 맛있게 드셔 놓고 이제 와서 '지옥이다'라고 하는 건 우리 국민들, 특히 어민과 수산업자들 생계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재차 비난했다. 과거 김윤아씨가 TV프로그램 촬영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해산물을 먹었던 사실을 굳이 언급한 것이다.

특히 "연예인들이 발언할 자유만 있고 발언에 대해서 비판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다'라는 방패 뒤로 숨는 것 굉장히 비겁한 일"이라며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우파적 발언에 대해서는 돌팔매질을 하고 좌파들, 광우병 청산가리 발언이나 이번 지옥 발언 같은 경우는 그냥 무차별적으로 수용되었던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이건 굉장히 사회가 기울어진 것이다.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 책임질 각오를 하고 말하면 된다"라고도 부연했다.

다만 과거 보수정권의 블랙리스트를 연상시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장 최고위원은 "김기현 대표의 발언과 유인촌 특보 임명 여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은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이 같은 발언, 이 같은 비판이 문체부라든가 앞으로의 문화예술 정책과 연결될 것이다라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억측"이라고 거리를 뒀다.

민주당 "김기현, 괴벨스 꿈꾸나" 정의당 "개념 없는 정치인이 대표까지..."

야권은 여당의 이러한 공세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기현 대표의 표현을 두고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며 "21세기 대한민국이 일당독재 공산당 간부 눈치나 보는 수준의 나라로 전락한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당 대표가 자기 생각을 밝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정치공세를 펼치다니 기가 막히다"라며 "김기현 대표에게는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민도 '개념 없는 국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개념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고 '이권 카르텔' 운운하는 것이 집권 여당 대표가 할 말인가?"라는 지적이었다.

오히려 "더욱 문제는 연일 거칠어지고 있는 김기현 대표의 발언 수준"이라며 "자극적인 발언으로 국민을 겁박하고 공포를 조성하는 김기현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괴벨스를 꿈꾸는 것 같다. 김기현 대표는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는 자극적인 막말을 멈추고, 그동안의 막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재랑 대변인은 이날 낮 브리핑에서 "개념 없는 연예인이 문제가 아니라 개념 없는 정치인이, 심지어 대표까지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민의 85%가 반대하고 우려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무단 투기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며 "거기에 '개념 없다'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나쁜 갈등을 촉발하는 '개념 없는' 정치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예인들의 발언에 정파적인 낙인을 붙여가며 '좌파 색출'을 모색했던 과거의 사례가 재현되고 있다"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우리나라의 문화계를 한없이 위축시키고 후퇴시켰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정권을 잡은 자들이 권력의 맛에 취해 또다시 문화예술계에 매카시즘을 불러들이고 있다"라며 "권력을 가진 자들이 문화예술계를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그런 천박한 인식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은 야유를 보낼 따름"이라고도 경고했다.  

#자우림#김윤아#김기현#장예찬#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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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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