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을 맞아 '전쟁과 한국사회 그리고 미국'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9월 13일(수) 오후 7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강사로 초청된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전쟁과 사회』, 『분단과 한국사회』, 『반공자유주의』,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등 한국전쟁과 한국 사회에 대해 분석하고 진단하는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국가 조사기관인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김동춘 교수는 강연을 통하여 '한국전쟁이 우리 사회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지역사회의 권력구조를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1945년 해방되면서 감옥에서 풀려난 사람들은 대부분 독립운동가였거나 지식인, 엘리트였을 텐데 그들이 1948년 정부 수립을 전후해서 제주 4.3과 여순항쟁, 대구항쟁 등을 거치면서 학살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은 그러한 학살을 대규모로, 무차별적으로 거침없이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보도연맹 소속 인원을 35만 정도로 추산할 때 거의 10만 명 이상이 학살당한 것으로 김 교수는 추정했다. 독립운동을 했거나 지식인, 엘리트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하고 일제에 부역했다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부역한 자들에 의해 지역사회 권력 구조가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 구조의 기득권자로 둔갑한 과거 친일 부역자들은 자신들의 부정을 은폐하고 싶은 나머지 1948년 정부 수립 이전의 상황은 지우고 싶어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홍범도 장군에 대한 빨갱이 논란도 그러한 흐름에 속한다. 따지고 보면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라서 싫은 것이 아니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잊고 싶은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40여 명의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을 들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공고화된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여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하는지 고민이 담긴 여러 질문을 쏟아내어 과거의 문제가 오늘에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정전 70년 한반도평화인천행동'이 주최하고 '노동희망발전소'가 주관한 이번 강연은 이들 단체가 설정한 인천평화행동주간(9월 10~19일)에 열리는 연속 2강 중 두 번째로 그 첫 번째 강연은 지난 9월 4일(월) 열렸다(관련기사:
"민간인도 전쟁포로 취급"한 인천상륙작전 https://omn.kr/25idf). 인천평화행동주간에는 강연 외에도 기자회견, 영화 상영, 학술 심포지움, 평화행진, 평화기행 등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