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들이 내려와 제주시 동문시장에 갔다. 하우스감귤 시즌이라 과일가게마다 감귤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가게에 진열된 감귤 박스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니 현금과 카드 가격이 달랐다. 적게는 3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 이상 차이가 났다.
'왜 가격이 다르냐'라고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부가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일을 잼 등으로 가공하지 않고 원생산물 상태로 포장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다.
'과일은 부가세 없잖아요?'라고 재차 물었더니 이번에는 카드 수수료 때문이란다. 카드 수수료는 보통 3% 미만이다. 재래시장이나 영세 매장의 경우 대부분 1%를 넘지 않는다. 10%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신용카드 사용한다고 불리한 대우받으면 신고 가능
동문시장에서 본 이중가격(현금 가격과 카드 가격) 표시가 불법인지 알아보기 위해 여신금융협회에 문의했다.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가격을 이중으로 표시하는 자체를 단속할 권한은 없지만, 소비자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신고하면 카드사로 통보할 수 있다. 가맹점 관련 위반 사항은 카드사가 할 수 있다"고 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가맹점 준수 사항을 보면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요청하였으나 이를 거부하여 현금 거래한 경우 및 수수료 또는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카드 결제한 경우"라며 신고 대상이다. 세무서는 신용카드 결제 거부 사실이 확인되면 결제거부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소득공제 혜택도 부여한다.
이처럼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이 아닌 이유로 더 비싸게 구입할 경우 신고가 가능하고 가맹점은 처벌 대상이다.
바가지요금 비난받는 제주, 부정적 이미지 개선 필요
요즘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들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04만 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 명보다 16% 감소했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제주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주원인이다.
문제는 "제주 물가가 비싸서 그 돈이면 해외를 가겠다"라는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를 찾지 않는 이유가 '바가지요금' 탓이라는 언론 보도가 연일 나오면서 당분간 내국인 감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바가지요금'으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일부 제주시 동문시장 상점의 이중가격 표시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게 한다. 제주시에 단속 등의 행정 조치를 할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단속 권한이 없다. 신고하려면 여신금융협회에 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제주시 동문시장은 내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재래시장이자 쇼핑을 위해 꼭 방문하는 명소이다. 제주시 공무원들이 단속 권한이 없더라도 상인들에게 이중가격 표시는 하지 말라는 안내라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