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로 단식 18일째에 접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즉시 단식을 중단하고 입원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판단에도 꿈쩍않았다. 결국 그를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던 119 구급차도 되돌아갔다.
이날 오후 3시 18분, 조용하던 국회 본청 당대표실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국회사무처와 민주당 관계자들은 '침대가 들어온다'며 통로를 확보했다. 한준호 의원은 기자들에게 "구급차가 왔고, 일단 설득해보려고 한다"며 "(건강 악화로) 더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119 구급대원이 하나둘 대표실로 들어갔다. 이동식 침대도 함께 옮겨졌다. 하지만 3시 30분경 119 대원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고, 두 명만 침대와 함께 복도에 남아 대기했다.
오후 3시 41분, 박성준 대변인이 취재진에게 이렇게 상황을 공유했다.
"3시 15분에 이재명 대표를 진단했고, 즉시 단식을 중단하고 입원해야 한다는 의료진 진단이 있었다. 그에 따라서 긴급히 119를 불렀다. 이 대표에게 긴급입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단식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 몇 분이 이 대표를 설득 중이다."
3시 54분, 복도에서 대기하던 119대원들이 철수했다. 2분 뒤, 대표실 안에 있던 의원 10여명도 한꺼번에 퇴장했다. 박광온 원내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4시 13분, 박성준 대변인이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지도부는 계속 (단식 중단을) 설득 중이고, 119는 장시간 대기할 수 없어서 일단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말씀은 할 수 있다"며 "(단식 중단과 관련해) 어떤 상황을 얘기한 건 아니고 강하게 (중단을) 거부한다. 지도부가 계속 설득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황이다. 오후 5시 16분 현재 민주당 의원 약 30명은 당대표실 앞 복도에서 이 대표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여권은 전날 김기현 대표가 페이스북에 2번째 단식 요청 중단 메시지를 올리긴 했지만, '명분 없는 단식'이라는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7일 전화통화에서 "누가 (단식 중단을 못하게) 막았나. 아니면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나"라며 "이미 여당 대표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이) 대통령이 경제 외교를 위한 순방을 앞둔 마당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막장투쟁만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