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지난해 철회했던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발언을 1년 만에 수업 중 반복해 문제가 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해당 교수를 고발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발언 철회 의사를 물어보는 중"이라며 "아직은 징계 사안인지 판단하기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대학신문 <대학주보>에 따르면, 이 대학 철학과 최아무개 교수는 2023학년도 1학기 '서양철학의 기초' 수업에서 "위안부는 강제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모집에 응한 자발적인 매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은 말이 하나도 맞지 않는 거짓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최 교수는 2022학년도 1학기 강의에서도 비슷한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당시 최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중 다수가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고종 황제가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한일 합병이 이루어졌다", "일본은 조선을 근대 국가로 만들려 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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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지자 최 교수는 "일제 침략 자체를 옹호한 것은 아니"라며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된다면 모두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이 같은 발언이 수업 중 반복되자 경희대 철학과 졸업생 96명과 철학과 동문회, 경희총민주동문회 등은 9월초 성명서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 최 교수의 발언 철회 및 사과 ▲ 학교의 최 교수 해임 또는 징계 조치 ▲ 학교의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류석춘 고발했던 시민단체 "다음주 중 최 교수도 고발"
비슷한 발언으로 문제가 된 류석춘 전 연세대 사회학 교수를 고발한 시민단체는 최 교수를 상대로도 고발을 예고했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역사적 사실조차 판단하지 못한 채 자기 철학에 빠진 후안무치"라며 "다음주 중 최 교수를 고발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년 전 논란이 된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제대로 된 제재가 없어 반복적으로 생긴 일"이라며 "잘못된 발언을 지적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2019년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한 류석춘 교수(당시 현직, 2020년 정년퇴임)를 고발한 바 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최 교수의 발언은) 이견이 아니라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유럽연합(EU)은 반인륜 범죄나 전쟁범죄를 지지, 부정, 경시하는 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법률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희대가 해당 사안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경희대는 대학의 학문적·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근거 없는 역사 왜곡 발언에 윤리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측 "발언 철회 의사 물어보는 중"
경희대 관계자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최 교수가 강의 도중 발언한 내용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고,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단과대학 차원에서는 최 교수에게 '발언을 철회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 징계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는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아직 학교 감사팀에 (피해 상황을) 전달한 바가 없어 징계 사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난감한 상황"이라며 "징계위원회 개최 여부는 (해당 사안이) 징계를 할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닌지 판단이 끝나야 가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철학과가 속한 문과대학 박인철 학장도 "학교에서도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문과대 내부적으로도 대학본부와 대책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석윤 경희대 철학과 학과장은 "현재 해당 과목은 폐강됐고 철학과 내에서도 사안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최 교수에게 발언 취지를 물으니) '본인의 정치적인 입장을 학생들에게 주장하기 위한 발언은 아니'고, '수업 성격상 여러 주장에 대해 검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최 교수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