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 시도를 막았다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2심 재판이 18일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11-3부(부장판사 김재령 송혜정 김영훈)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들이) 김학의 사건에 대한 수사권한이 없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 및 (박상기) 법무부장관 지시라는 상황 논리에 입각해 불법을 강행했다"며 "핵심은 (김학의에 대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적법절차"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 대표로 나선 차 위원은 2시간이 넘는 PPT를 이어가며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과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차 위원은 "2013년 김학의 전 차관의 성폭행-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부실 수사를 한 것에 대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문무일 총장도 2019년 6월 25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면서 "재수사를 앞둔 김 전 차관의 해외도피는 (출입국본부의) 알람 설정이 없었다면 그대로 성공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으로 검찰 재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던 김 전 차관이 2019년 3월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 하자 이를 불법적으로 막았다는 혐의로 2021년 4월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중이던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의 과거 사건번호를 넣어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이었던 차 연구위원이 이 검사의 긴급 출국금지 요청이 불법임을 알고도 사후 승인했다고 봤다. 이 전 비서관은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하며 출금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월 열린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법률상 요건을 충족 못했다고 해서 이를 바로 직권남용 또는 직권남용의 고의 추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 전 비서관과 차 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검사에 대해서만 자격모용공문서작성·행사, 공용서류은닉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4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로, 사실상 '선처' 성격의 판결이다.
검찰 "출국 자유는 헌법상 권리" vs 차규근 "자유 박탈 아냐"
이날 검찰은 "출국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라며 "본 사건은 기본권 제한 조치에 대한 사후 위법성 심사가 아니라 위법인 줄 알면서도 기본권을 제한한 상황 자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를 준수해야 할 검사와 청와대, 정부의 고위공무원이 정부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위법을 알면서도 위법행위를 한 것에 대해 엄정한 판단이 이뤄져야만 고위직의 위법행위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법에 의해 국가권력이 제한 통제되어야만 자의적인 지배를 배격하는 핵심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본질이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한 일련의 수사 과정이 아닌 국가권력에 의해 개인의 기본권 제한이라는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지칭하는 기본권 제한 대상은 김학의 전 차관이다.
이에 대해 차 위원은 2019년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주권자 국민의 뜻을 받들어 김 전 차관 의혹의 진상규명을 지시한 것을 탓하는 것이야말로 (검찰의)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라면서 "당시 특검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72%였다. 진상규명 요구도 매우 높았다"라고 반박했다.
"과연 김학의 범죄 혐의는 객관적인 소명이 되지 않은 막연한 의혹이었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단서는 충분히 확보된 상태였다. 결코 막연한 혐의로 볼 수 없었다. 긴급 출금 당시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는 인신의 자유를 박탈하는 처분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2심 2차 공판 기일을 오는 10월 30일 오후 3시로 예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