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되면 물류가 쏟아진다. 저녁 5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일하고 잠시 눈을 붙이면 다시 또 출근할 시간이 된다.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속도를 내서 운송해야 한다. 화물운송업의 업무상 사고는 일반 노동자 대비 10배가 높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 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2019년까지 사망한 노동자가 159명, 과로사는 18명이다. 과로와 연관성이 높은 자살은 27명에 달한다. 이 수치로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모두 설명할 수 없겠지만 고유가·저운임·장시간 노동이 화물노동자를 고통으로 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화물노동자 저운임은 누구의 책임일까?
화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저운임에 있다. 과로·과적·과속 등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화물운송시장은 '화주-운수사-차주' 3주체로 구성됐는데, 화주는 화물운송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주체로 화물운송시장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다. 그러면서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한다.
화물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화주의 비용을 일부 떠안은 채 저운임을 감내해야 한다. 매년 '안전운송원가'를 책정하지만, 화주에게 적정 운임을 강제할 수 없다.
기존에 있던 안전운임제마저 일몰되어 버려, 최저입찰제 등 실제 운송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화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운임산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운송회사의 과다수수료 부과도 관리·감독 되고 있지 않다. 국토부에서는 '화물차 운송산업이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역할을 담당하는 화물노동자의 운임은 전혀 책임지고 있지 않다.
화물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적정운임은 그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가? 오로지 화물연대만이 화물노동자의 적정운임을 요구하며 싸워나가고 있다. 이유는 정부나 화주가 법적인 대책,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폭발하는 물량을 감내하며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택배·편의점 배송·쿠팡노동자의 경우 추석 연휴에 더욱 고역이다. 택배 노동자가 물류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욱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물량이 증가하면 분류작업의 시간 또한 증가하게 되며 분류작업 이후 출차 시간 역시 뒤로 밀린다. 택배사 원청이 책임지고 분류작업 전담을 위한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무료 분류노동은 노동자의 몫이다.
최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 6일 연휴 내내 물류 허브(터미널)을 가동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됐다. 택배 노동자들은 평소에도 주 6~7일 노동으로 주말의 여유도, 최소한의 휴식도 취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명절에 배송을 하지 않으면 클렌징 제도(물량 배치를 안 하는 것)에 따라 사실상 해고를 당하기 때문에 추석 연휴 하루조차 쉬지 못한다.
편의점 배송 노동자들도 명절 때 단 하루도 쉴 수가 없다. 신선 식품은 매일 배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집안에 대소사라도 생기면 대차를 써야하는데, 하루 일당의 2~3배를 지급해야하니 대차는 언감생심이다.
대전시, 화물 노동자 노동권 관심있나
이처럼 추석 연휴에는 물량이 많아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이 드러난다. 화물연대의 오랜 요구로 최근에야 화물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이 전면 확대됐다. 수많은 화물노동자들이 도로에서 목숨을 잃고 상하차 작업에 내몰려 생명안전을 위협받는 현실에서 그나마 산재보험으로 안전한 일터에 한걸음 가까워 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대전시의 경우 교통의 요지, 물류의 중심 등 다양한 미사여구로 대전을 물류 산업 확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2025년 마련된다던 대전 북부권 지역 화물 차고지가 2026년으로 밀리고, 화물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 조치인 화물 전용 차고지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화물 노동자의 실질적인 노동권에 관심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물전용 차고지 설치에서부터 운송회사의 과다수수료에 대한 관리감독, 안순운송원가 강제 등 지자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고용노동부, 지자체에서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그 누구도 대전의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는 화물 노동자의 곁에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경선 대전지역본부 본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