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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출근하는 김행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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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부정했다는 보도를 두고 "국문 해독도 안 되는 기자의 가짜뉴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쟁점으로 떠오를 분위기다. 

김 후보자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가짜뉴스가 도를 넘어, 살인병기가 됐다"며 "저는 '여성이 설사 강간을 당해 임신했더라도 낙태는 불가하며 무조건 출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 1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김 후보자가 2012년 인터넷 방송에서 '강간으로 임신해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9월 15일 출근길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자기결정이라는 미사여구 포장 뒤로 감춰진 낙태의 현 주소를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김행 "가짜뉴스가 도를 넘어, 살인병기가 됐다"

김 후보자는 먼저 2012년 방송 발언의 전문을 공개했다.
 
"임신을 원치 않지만 예를 들어서 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했거나 어떤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 사회적 경제적 지원 이전에 우리 모두가 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관용)라고 할까요. 이런 거가 있으면 사실 여자가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키울 수 있다고 봐요."
* <> 표시는 입장문에 나오는 부호.

그는 "이 발언의 방점은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이라며 "이들을 여가부에선 위기 임산부, 위기 출생아라고 한다. 당연히 여가부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그 전에 우리가 이들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또 9월 15일 발언 역시 "낙태의 경우, 예를 들자면 <<성폭력에 의한 낙태랄지 또는 장애가 분명한 경우는 예외로 치고>> 자기결정이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에 감춰진 낙태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그런데 <단독> 타이틀을 붙인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강간 임신도 출산해야'라는 식의 제목으로 퍼졌고, 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했고 헌법재판소의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부정했다는 식으로 매도됐다"고 했다. 이어 "기초적인 국문 해독도 안 되는 기자의 가짜뉴스, 그것을 출고하는 데스크, 그것을 받아쓰는 또다른 언론사의 기자들, 진중권씨,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님들과 여성위원회"를 호명한 뒤 "제가 언제 강간당해도 낳으라고 했나"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또 "방송 방영시점은 2012년 9월 17일로, 2012년 8월 23일 헌재가 낙태를 징역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직후"라며 "제가 언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부정했나? 헌법불합치 결정은 한참 후인, 2019년 4월에 내려졌다"고 했다. 그는 "너무나 첨예한 갈등으로 여태껏 대체입법조차 못 만들고 있다. 근거 없이 저를 비난할 것이 아니고 국회의원들이 반성해야 하지 않나"라며 "도대체 왜 세비를 받나"라고 반문했다.

박광온 "젠더 얘기가 소모적? 성차별 인식 부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21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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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후보자의 발언 가운데 "자기결정이라는 그럴듯한 미사어구에 감춰진"이라는 대목은 임신중지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다소 드러나는 표현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향후 청문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듭 김행 후보자의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위험한 반인권적 태도이자 반헌법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또 "(김 후보자가) '젠더(성평등) 얘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소모적 논쟁'이라고도 했다"며 "성별 임금격차, 경제활동 참여, 페미사이드(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 – 기자 주) 범죄 등 우리사회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인식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위해 존재하는 기형적 여가부, 그 일을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는 후보자와 여가부의 조합은 우리 여성과 국민에게 큰 불행"이라고도 우려했다. 그는 "이대로 두면 여가부가 잼버리 사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또다른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크고, 우리나라 성평등 발전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행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러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태그:#김행, #여성가족부, #여성 자기결정권, #인사청문회,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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