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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방송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방송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 유성호
 
이동관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시작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현재 방통위 사무처는 국장급 고위직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데, 내부에서 이 위원장의 의중을 충실히 실행할 인사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1처 4국 체제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는 이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9월 6일부터 지금까지 2명의 국장이 4국을 담당하고 있다.

배중섭 기획조정관(고위직 나급)이 이용자정책국 직무를 대행하고, 김영관 방송정책국장이 방송기반국 직무를 대행하는 형태다. 배 조정관은 지난 18일 이용자정책국 직무대행 자격으로 가짜뉴스 대책 브리핑을 하는 등 이 위원장의 방송 압박 정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동관 취임 한달 반, 여전히 국장 2곳은 공석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하고 방통위는 두 차례 과장·팀장급 인사를 단행했지만, 취임 한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용자정책국과 방송기반국의 국장 자리는 여전히 인사가 나지 않고 있다. 이용자정책국의 경우 외부인사 채용이 가능한 개방형 직위지만, 신규 채용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몇몇 방통위 관계자에게 문의했지만, 모두 국장급 인사 시기에 대해 확답하지 못했다. 

새로운 기관장이 취임했는데, 행정기관의 주요 요직 절반이 비어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일반적으로 조직 인사는 기관장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상이 이뤄지고, 기관장으로 취임하면 우선 인사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그중에서도 실무를 총괄하는 국장급 인사는 당연히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직무대행 체제가 2주 이상 이어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동관 위원장의 의중을 실행할 인사를 찾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부터 KBS와 MBC 정상화 등을 공언해왔고, 최근에는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 보도를 계기로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을 비롯해 언론 현업, 시민단체들은 "비판 언론을 손보고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최근 이동관 위원장을 형사 고발하면서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 입장에선 자신의 의중을 실행할 충성도 높은 인사가 필요한데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감사원 출신으로 지난 6월 외부에서 영입된 조성은 사무처장이 아직 조직 파악과 장악이 덜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방통위 인사는 방통위 사무처장과 논의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 입장에선 일을 믿고 맡길 충성도 높은 사람이 필요한데, 인물 찾기에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부 인사가 1급 사무처장으로 왔는데, 조직 파악과 장악 능력이 방통위 기존 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원인으로 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장 구속 트라우마... 나서는 사람 있을까"
 
 지난 15일 오전 10시 30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30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 박수림
 
법적 처벌의 위험성은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이 위원장이 현재 무게를 두고 추진하는 가짜뉴스TF, 언론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은 법조계에서 위헌,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요직을 맡아 이 위원장의 의중을 실행한다면 향후 법적 처벌 리스크에도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된 수사로 방통위 국장과 과장이 구속된 것을 직접 목격한 방통위 직원들 입장에선, 업무 수행으로 구속되는 상황이 상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0일 이동관 위원장과 조성은 사무처장, 김영관 방송정책국장, 배중섭 기획조정관 등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방통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TV조선 재승인 감사와 수사로 직원들 대부분이 조사를 받고, 간부들이 구속된 상황은 방통위 직원들에겐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면서 "이동관 체제에선 고위직을 맡을 경우, 법적 처벌 가능성을 염두할 수밖에 없는데, 섣불리 고위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동관#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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