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9월 21일 오후 7시]
"73년 만에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된 판결이고, 자식된 도리를 다했다는 데 만족한다. 아버지 없이 살아온 평생인데 (위자료) 1천만원이라는 판결을 받으니 눈물이 날 뿐이다."
'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학살희생자유족회'(진주유족회) 정연조 회장이 21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을 나오면서 한 말이다. 이날 창원지법 민사5부(재판장 김희수 부장판사)는 유족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연조 회장을 비롯한 유족 8명은 지난해 11월 3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2기)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올해 3월 16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민사소송을 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희생자는 진주에서 7명, 경북 청도에서 1명이 나왔다. 국민보도연맹 관련자 6명 및 예비검속 2명이 희생됐다. 희생자들과 관련된 유족 20여명이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위자료 금액에 대해 희생자는 1억원, 그 배우자는 5000만원, 직계 부모와 자녀는 1000만원, 형제자매는 500만원을 책정한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 금액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2010년 대법원 판례가 기준이 돼, 희생자는 8000만원, 배우자는 4000만원, 자녀는 800만원이었다. 이는 1기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에 따라 진행되었던 민사소송의 판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진주유족회는 소송을 내면서 희생자는 1억 5000만원, 배우자는 1억원, 자녀는 5000만원을 요구했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불법의 중대함, 불법행위 당시 희생자들의 나이와 가족관계, 망인과 그 유족들이 이 시건으로 인해 겪었을 정신적 고통, 그후 상당 기간 계속되었을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유사사건과의 형평, 망인의 사망 당시 일실수익 사정을 위한 통계소득 자료가 없어 망인에 대한 일실수익을 산정할 수 없는 점을 살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간인 희생사건은 전쟁이라는 국가 존명의 위급시기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상황의 특수성이 존재하는 점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를 정한다"라고 판결했다.
유족들을 대리했던 박미혜 변호사는 "십수년 전에 나왔던 판례에 따라 지금까지 다른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위자료 금액이 정해져 있다시피 했다"라며 "상당한 시간도 지나고 부당하기에 이번에 금액을 올려 주장을 했더니 일부 받아들여졌다"라고 밝혔다.
정연조 회장은 "위자료 금액이 1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 때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라며 "73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은 판결이라 의미를 둔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 없이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는데 위자료가 1000만원이라고 하니 눈물만 날 뿐이다"라며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아쉽지만, 아버지의 명예가 회복된 것에 만족한다. 자식된 도리를 다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위자료 금액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연조 회장은 "항소를 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항소한다면 또 재판을 받아야 한다. 유족들은 다들 고령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