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대백제전'이 13년 만인 23일 개막했습니다. 대백제전은 '대백제, 세계와 통(通)하다'를 주제로 오는 10월 9일까지 17일 동안 공주·부여 일원에서 열립니다.
저는 개막 이틀째인 24일 현장에서 방송 차량을 운행했습니다. 개막식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인원이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모습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간의 사정을 다 알지 못하는 시민들일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봅니다.
현장에서 환경활동가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방송 차량을 통해 대백제전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인지 스스로 자책도 해봅니다.
담수가 만든 죽음의 문화제
대백제전은 공주보 담수로 금강의 생명을 죽이며 진행하는 죽음의 문화제입니다. 민관협의체는 지난 2018년부터 수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대백제전 축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수문을 닫지 않으면 유등과 부교 설치가 불가능해 담수가 필요하다는 공주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2년과 2023년 담수 없이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를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주시는 설치 후 담수를 결정했습니다. 담수 없이 설치했음에도 수문을 닫아야만 가능하다는 주장을 일관적으로 펼쳤습니다. 이렇게 설치된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는 결국 2023년 금강의 대규모 쓰레기로 전락했습니다. 지난 19일 내린 폭우로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 80%가 유실되었습니다. 강이 쓰레기가 된 것이 벌써 3번째입니다.
설치된 시설들이 홍수에 더 취약하게 된 원인은 '공주보 담수' 때문입니다. 공주시가 그렇게 원했던 담수가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의 홍수 위험을 가중시켰습니다. 담수로 홍수위가 상승하면서 미르섬이 잠겨 홍수 피해가 발생했고,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 역시 수위가 상승하면서 떠내려갔습니다.
실제로 금강홍수통제소의 수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보는 홍수를 예방하는 시설이 아니라 가중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입니다.
쓰레기로 떠내려간 탓에 대백제전은 부교는 없고, 일부만 남은 유등과 황포돛배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주보 담수의 이유가 된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가 대백제전에 꼭 필요하지 않다는 걸 입증한 것입니다.
우리는 대백제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담수 없이도 충분히 의미 있는 문화제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홍수가 이를 입증해 주었습니다. 백제시대에는 대규모 댐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백제시대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수문을 개방한 상태로 진행해야 합니다. 많은 시민이 모래를 즐기고 느끼는 것만이 백제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입니다. 이런 의미를 제대로 살려 대백제전을 준비하는 것이 공주시 환경부 수자원공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약 3주의 짧은 담수에도 금강은 악취가 진동하는 펄밭이 됩니다. 축제를 즐기는 많은 시민도 이를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시민들은 백제문화제를 가지 않을 것입니다.
공주시와 환경부도 노력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2022년 보 민관협의체에서 약속한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안 한 것인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조차 응답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담수로 얼마나 많은 펄이 쌓일지 모르겠습니다. 펄이 쌓인 강은 악취로 가득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래강으로 복원되면서 돌아온 흰목물떼새, 미호종개,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은 다시 생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제 생명의 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담수 철회를 함께 외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모인다면 자연이 살아있는 대백제전 개최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