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 시설노동자의 손에서 시작합니다 https://omn.kr/25orc
- 시설관리 직종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하는데요. 위원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말씀하신 고충 중 해결된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동반 소속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으로 참여하는 분이 있어요. 바뀐 거라면요. 교문에 플래카드 걸다가 떨어져서 사고가 자주 났거든요. 이거를 끈으로 달아 올릴 수 있게 시설을 만들어달라고 안건을 내서 바뀌었죠.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노동조합 만들면서 현장을 자체적으로 많이 바꿨죠."
- 노동조합 이야기가 나왔으니 투쟁 이야기를 꺼내 볼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렸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고용형태, 임금 수준,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과정 등을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당시에는 11개월 계약직으로 지냈어요. 그리고 계약 만료 형태로 (사실상) 해고 상태였다가 새로 시험을 봐서 신규채용이 됐죠. 실기테스트도 매년 보고요.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렸죠.
일하는 중에 갑질을 당하기도 했어요. 윗사람이 술이나 밥을 사달라고 하고, 돈을 꿔가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고용이 안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서 노조에 가입해서 투쟁했어요. 2015년 8월부터 피켓팅을 시작했고, 12월 18일에 교육청 안에 천막을 치고 48일간 농성을 했습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용역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농성했던 사람들은 재채용이 안 됐어요. 저를 포함해서요. 복직(재채용) 약속을 받고 농성을 정리했죠. 그리고 2018년부터 무기계약직이 됐어요.
고용이 불안하니 무리하고 위험한 일을 많이 했죠. 많이 다치기도 했고요. 수목 전지작업을 꽤 많이 했는데, 고소작업차를 타는데 엔진톱까지 써야 하니 엔진톱에 많이 다쳤어요. 죽을뻔한 적도 있었어요. 옷이 말려 들어가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무릎 20~30방 꿰맨 일도 비일비재했고요. 그런데 이걸 말을 안 했어요. 말하면 다음번에 채용이 안 될까봐. 몰래 싸매고 다니고, 쉬쉬하고, 산재처리도 안 하고. 우리끼리는 '무기계약직 안 하면 죽을 상황이 계속 됐을 거다', '투쟁 안 했으면 이미 한두 명은 죽었을 거다'라고 이야기해요.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요(기자 주 : 하인리히 법칙이란, 큰 산업재해가 1건 발생했다면 그 이면에는 작은 재해가 발생한 사고 29건, 재해가 생기지 않은 사소한 사고 300건이 이미 발생했다는 법칙이다. 사람이 죽는 등의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오류나 결점을 미리 고쳐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기억해보면 당시에 경미한 사고는 이미 1000건이 넘었어요. 29건에 해당하는 사고는 이미 60~70건은 있었을 거고요. 언제든지 한 사람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고소작업차에서 작업하다가 떨어진 사람도 있었는데요. 다행히 안전장치가 있어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지만요. 안전장치를 깜빡하고 하지 않아서 떨어졌는데 나무 잡고 살아난 사람도 있고요. 고용이 안정돼야 (안전에 관해서) 똑바로 요구할 수 있고 우리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조에 가입한 거죠."
- 2015년 8월부터 피켓팅, 12월에 농성, 18년부터 무기계약 전환. 무기계약직이 아니었을 때의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세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특별노임단가를 받았고, 초과근무도 많이 했으니 지금 받는 총액을 몇 년 전에 이미 받았죠. 그런데 지금 교육공무직이 받는 임금은 몇 년 동안 꾸준히 인상된 금액이잖아요. 임금이 저하되니까 무기계약직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 당시에도 노조 가입 대상 중에서 노조활동했던 사람이 많진 않았어요. 2018년에 무기계약이 되면서 출장비 받고, 없었던 병가 같은 복리후생이 생겼죠. 그러면서 1명 빼고는 다 가입했어요. 연차도 이전에는 기간제였기 때문에 한 달에 1개밖에 없었는데요.
2016년 초에 교육감과 무기계약 전환을 위한 용역을 실시한다고 했고, 복직도 약속받았는데 임금 문제가 남아서 그게 오래 갔어요. 그 결과로 2017년 말에 합의를 본 거죠. 임금유형 1유형이라는 제도에 막혀서 임금을 더 올릴 방법은 찾지 못했어요. 특별노임단가는 계속 오르는데, 임금 유형 안에 있는 우리는 그보다 상승폭이 작아요. 그러다 보니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데 아쉽긴 하죠. 그래서 아직도 가입하지 않은 친구도 있는데, 그래도 임금이 떨어진 건 아쉽지만 노조 하기를 잘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위험하고 항상 필요한 일에는 정규직을 채용해야"
- 최근 시설직종의 감원으로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그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아 보입니다. 시설직종을 충원해야 하지 않나요? 관련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서울은 행정직이 시설 일을 하는 건 못봤어요. 그런데 학교 안의 시설 주무관이나 교육공무직을 안 뽑은 건 맞죠. 사회적기업 등 용역업체를 통해서 그 자리를 채웠어요. 시설 공무원이 없는 학교가 꽤 많았어요. 기존 공무원은 정년이 돼서 퇴직하고, 그 빈자리를 용역업체를 통해서 채웠단 말이죠. 그러다 기능직 공무원 노조에서 요구해서 공무원을 다시 뽑기 시작했어요. 그 수가 많지는 않아서 아직도 시설관리직이 없는 학교가 있고, 용역업체 사람들이 와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죠.
학교 안에 시설관리직이 있어야 해요. 공무원이나 교육공무직으로 정상적으로 뽑아야 해요. 그래야 일의 안정성도 있고, 학교 안 안전도 담보되죠. 지금처럼 외부에서 계약직으로 오면 고용도 불안하고, 눈치도 보게 되고, 더 위험으로 내몰려요. 저희가 계약직이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요. 계약직으로 가면 안 돼요. 위험의 외주화죠 결국. 위험한 시설을 자꾸 계약직, 용역으로 집어넣는 건 자기들이 관리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죠. 철저히 바뀌어야 합니다.
시설기동반도 사람을 뽑지 않는 건 마찬가지예요. 자연감소 시키고 있어요. 교육감은 공약으로 기동반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옛날처럼 힘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 가입하면서 힘이 생겨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 하나, 교육공무직을 채용해서 다치거나 일이 생겼을 때 져야 하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시설 일은 항상 필요해요. 우리가 없어지면 외부에서 와서 일하겠죠. 외부 업체는 안전하게 일하나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더 위험의 외주화가 진행되는 거고, 심해지는 거죠. 그걸 생각하면 더 확대해야죠. 얼마 전에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소작업차로 작업하던 분이 떨어져서 돌아가셨어요. 사립학교였는데, 교육청에서 발주한 공사를 하던 중이었거든요. 외부 업체 소속이었죠. 이런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요.
외부에서 들어와서 나무 자르다 작년에도 한 명 죽고, 거의 1년에 한 명씩은 학교에 일하러 왔다 죽어요. 위험의 외주화 때문이죠. 그런데 비용으로 따지면, 외주를 주면 외주비용을 줘야 하거든요. 단가가 높아지는데, 그 돈이면 교육공무직이 차분하게, 안전하게 일해도 다 할 수 있거든요. 교육공무직 시설관리직 고용을 확대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우리는 임금유형 1유형이지만 2유형인 분들도 많고, 용역업체 통해 들어와서 특수운영직군(기자 주 : 2유형이 받는 몇몇 수당을 받지 못한다)으로 있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임금체계도 다양하고, 고용형태도 제각기고요. 교육공무직을 정상적으로 채용하면 될 것을 책임지기 싫으니까 그러는 거죠. 교육공무직을 채용할 길은 열려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거죠. 바뀌어야 합니다."
- 다른 지역의 시설직종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의 요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위험한 일을 하는데 위험수당이 없어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요. 공무원 중에서는 보일러를 다루는 사람이라던가, 특수 수당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규정이 있는데 교육공무직은 그런 규정이 없잖아요. 요구해도 줄 근거가 없으니 못 준다고 하죠. 전체적으로 시설관리직원이 위험수당이나 특수 수당을 요구하는 게 다 같을 거예요. 전국적으로 이렇게 뭉칠 수 있을 것 같고요.
안전 관련한 사항으로 뭉쳐볼 수 있겠죠. 안전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마다 한 분 정도 계시니까요. 그분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까요? 학교가 안전 문제에 그렇게 예민하진 않아요. 고용관계가 불안한 분들도 있고요.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단체협약 등으로 규정짓게 하고 바꿔나가야겠죠."
학교에 있는 시설관리직원들은 안전뿐 아니라 업무가 명확해야 한다고도 한다. '시설'이라는 단어가 직종명에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주차관리까지 하는 사례, 빈 땅에 농작물을 재배하고 관리하는 사례가 있다.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으나, 학교 안의 위계질서나 인간관계 등을 생각해 거부하기 쉽지 않다. 누군가는 '이야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안다'라는 말을 할 정도다.
밖에서 일하려면 평상복을 입기 어렵고, 관련된 피복을 입어야 한다. 그러나 피복비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사비로 옷을 사입거나, 피복비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등 일이나 지침이 정리돼 있지 않고 중구난방이다. 일하다가 잠시 쉴 휴게실이 없는 학교도 많다.
-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시설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합니다. 육체 노동이고, 위험하고요. 더 안전하고, 노동의 대가를 잘 확보할 수 있게끔 같이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학교에 가서 작업하는데, 우리 조합원분들도 꽤 많을 거예요. 우리가 가면 기동반 교육공무직 선생님들이라고 하면서 인사도 좀 해주시고, 작업차나 트럭이 왔다 갔다 하면 눈에 띌 테니 반갑게 맞아주시면 좋겠어요. 같이 인사도 나누고, 노조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기고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교육선전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