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후면 22대 총선입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스윙보터'이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
2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빌라촌 곳곳에는 '공항동 모아타운 개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모아타운은 신축과 노후 주택이 섞여있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정비하는 사업으로,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하반기 모아타운 대상지 26곳을 선정했다. 여기에 강서구 공항동과 화곡6동이 들어갔다.
국민의힘과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는 이날 오전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를 만나 간담회를 여는 등 주민들의 부동산 개발 기대 심리를 적극 공략했다.
비슷한 시각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 지역(강서을) 진성준 의원과 함께 경로당을 방문해 바닥 민심을 훑고 있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두 후보가) 비슷하다"며 "(김 후보 쪽은) 여당의 힘과 정부의 힘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포장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그때마다 허장성세라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여당 공약은) 딱 거기에만 맞춰져 있다"며 "스펙트럼이 굉장히 좁다"고도 평했다.
애초부터 이번 선거는 공약 하나로 다투는 판이 아니었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2024년 총선을 겨우 6개월 앞두고 치르는 유일한 선거인 데다 전장 자체가 서울이라 수도권 민심을 미리 확인하는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사면까지 강행하며 후보로 내세운 김태우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략 공천한 진교훈 후보가 맞붙는 그림은 여야 정면 대결과 다름없다. 모두가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텃밭' 민주당인가, '변화' 국민의힘인가
강서구는 대체로 민주당이 우세했던 지역이다. 현재 강서구 갑·을·병 세 지역구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2010년 이후 세 번을 연달아 민주당 출신 구청장을 배출했다. 또 강서 호남향우회의 역사가 약 30년에 달할 정도로 호남 지역세가 강하다. 2016년 강서구 갑에서 당선됐던 금태섭 전 의원은 2019년 <한겨레> 칼럼에서 영남 출신의 한 정치인이 호남향우회 행사에서 '강서구 호남향우회가'를 3절까지 불렀고, 다음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은 긴장해야 한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강서구에서 49.17%를 득표, 46.97%를 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하지만 3개월 뒤 서울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42.10%)는 오세훈 후보(56.09%)에게 크게 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은 구청장 자리마저 진승현 후보 48.69%-김태우 후보 51.30%로 뺏겼다. 다만 구의회는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10명, 무소속 3명으로 여야가 팽팽한 상황이다.
특히 공항동과 등촌3동, 가양1동, 가양2동, 방화1동, 방화2동, 방화3동이 있는 강서을의 민심은 2020년 총선 이후 사뭇 달라졌다. 당시 김태우 후보와 겨룬 진성준 의원은 관내 모든 선거구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며 넉넉하게 승리를 거머쥐었으나 2021년 4.7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대부분 졌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강서갑(강선우)과 강서병(한정애)은 대선에선 민주당이 이겼지만, 지방선거에선 10%P이상 격차로 참패했다.
진성준 의원은 "저는 '진교훈 후보 선거가 제 선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뛰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어떻게든 이기고, 우리 지역구에서도 득표 격차가 상당히 나야 다음 총선에도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등촌사거리에 지원 유세 나온 서울 강동을 이해식 의원 역시 "어느 정도 격차가 나게 이겨야 한다"며 두 자릿수 이상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강서구청장 선거를 민주당이 지면 이변"이라며 "10%P 차이냐, 20%P 차이냐만 남았다"고도 말했다.
총선을 염두에 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 또한 열심히 뛰고 있다. 강서갑에서 재기를 노리는 구상찬 전 의원은 이날 내발산동 유세현장에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후보의 재등장을 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해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모든 정치적 사건의 판결은 정의롭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또 "민주당 의원 3명 뽑고, 구청장 16년 동안 강서가 발전했나"라며 "김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강서가 서울의 중심이 되고, 윤석열 정권이 성공하는 정권으로 평가받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강서을의 경우 이곳에서 내리 세 번 당선한 김성태 전 의원이 준비 중이다. 그는 2022년 딸의 채용을 대가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무마한 혐의(뇌물)로 유죄가 확정됐으나 같은 해 말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현재 국민의힘 강서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3선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지키고 있는 강서병은 강서구청 공무원 출신 김진선 당협위원장이 있다. 다만 그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선 탈락 후 활동이 뜸하다.
10·11 선거로 나타날 민심 향배, 여야 모두 긴장
김태우 후보 유세장 인근에서 만난 김아무개(여성·47세)씨는 "(내년 총선에서)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바로 옆 양천구 출신으로 강서구에 온 지 7~8년 됐다는 김씨는 "김태우 구청장 1년 동안 변화가 느껴졌다"며 "워낙 짧은 기간이어서 크게 뭘 하려는지는 못 느꼈지만, 공원이나 길고양이 정책 등 주민 여론이 수용되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71세 여성도 "김 후보가 억울하게 됐다. 이번에 돼야 한다"며 "의원들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꾸자'는 심리는 10
·11 보궐선거를 넘어 4
·10 총선까지 이어질까. 유세를 지원하러 온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에 "강서구는 환경 자체가 우리 당 입장에선 좋은 곳이 아니다"라며 "여론조사에서 서울 전체는 우리가 앞서는데도 여기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 총선 가늠자'라는 의견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 당이 이긴다고 해서 '와 이겼다'도 아니고, 진다고 해서도 (크게 낙담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실망한 이들은 보궐선거를 계기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공항동 공원에서 만난 오아무개(여성·44세)씨는 김태우 후보를 두고 "검증 안 된 분이 나와서 됐고, 그로 인해 다시 선거를 하게 됐는데 또 나와서 황당하다"고 했다. 또 "서울 민심이 (국민의힘 쪽으로) 많이 변한 건 맞지만, 여당 하는 걸 보면 정책 쪽에 진전이 없다"며 "공약 이행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육교사인 그는 선거 당일 휴게시간을 이용해 꼭 투표할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결국 투표율이 승패를 좌우하리라고 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등촌사거리 유세 후에도 현장에 남은 지지자들에게 "여기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며 "집중유세가 끝나면 빨리 흩어져서 선거운동 하시라"고 부탁했다. 민주당은 진교훈 후보 캠프 선거운동원들뿐 아니라 지지자들도 각자 10월 6~7일 사전투표일, 11일 본투표일을 홍보하는 모습이었다. 몇몇 당원들은 등촌역 일대에서 손푯말을 들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